삼성바이오로직스, 나홀로 급등... 제약·바이오주는 부진 지속...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4일 연속 상승했다. 삼성그룹이 180조원 규모 투자를 진행한 다는 소식이 전해진 덕분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7.08% 급등한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일 종가 37만8000원 대비 20.10% 높은 값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주들은 이번 상승랠리가 반갑다. 이 종목은 올 초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지난 4월10일 장중 최고가 60만원을 기록한 뒤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며 내림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주가는 지난 5월4일 고점 대비 40% 가까이 하락한 35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날 강세를 보인 것은 삼성이 바이오시밀러(제약), CMO사업(의약품 위탁생산) 등에 집중 투자해 바이오 분야를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삼성은 바이오산업을 포함한 인공지능(AI), 5G 등 4차 산업혁명 중심 사업에 약 2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강세는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대부분의 제약·바이오 관련주는 보합세로 장을 마감했다.
'셀트리온 3형제' 주가는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지 못했다. 셀트리온 0.55%, 셀트리온헬스케어 0.77%, 셀트리온제약 0.95% 등으로 소폭 상승한 정도다. 신라젠, 메디톡스는 각각 0.17%, 1.26%씩 하락했고 에이치엘비도 0.84% 내렸다. 바이로메드는 3.07% 하락했다.
이 같은 제약·바이오 업종의 부진은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원으로 지난 6월 대비 28.0% 감소했다. 아울러 최근 폭락장이 연출된 제약·바이오 업종의 악재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개별 이슈가 업종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며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제약·바이오기업 테마감리(연구개발비 무형자산 과다인식)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임상 실패 루머 등으로 시장에 퍼진 불신감을 해소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180조 제트기류` 올라탄 삼바·SDS... 外人 따라붙는다...
- 투자 수혜·실적 호조 삼바, 시총 30조로 셀트리온 추격
- SDS·물산·엔지니어링 등 실적 기대감에 저평가 부각
- 삼바포함 4대 계열사 주식, 외인 올들어 1.2조 순매수
삼성그룹이 향후 3년간 총 180조원에 달하는 '통 큰'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바이오·반도체·건설 등 주요 업종 수혜주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특히 그룹 투자에 따른 직접적 수혜가 가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SDS·삼성물산은 실적 증가와 기업 가치 상승 기대감으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투자 확대에 따른 실적 수혜와 상관없이 삼성과 연관성이 있는 것만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일부 종목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증권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삼성그룹이 2020년까지 국내 130조원을 포함해 모두 1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관련 종목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집중될 삼성전자는 드라마틱한 상승세를 보이진 않았지만 지난 3일 이후 9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해 이 기간 주가가 3% 올랐다. 지난 2분기 실적은 다소 부진했지만 올 3분기부터 스마트폰 성수기를 맞아 D램 반도체 수요가 늘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외국인도 매도세를 멈추고 이달 들어 9일까지 1698억원어치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바이오 규제 완화 약속과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삼성의 대규모 투자 수혜 등 '3대 호재'를 맞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7월 말 대비 이달 8일까지 주가가 21.7% 올랐고 9일에도 1.3% 상승했다. 바이오 '대장주' 셀트리온은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9일까지 주가가 1.7% 오르는 데 그쳤다. 이로써 양사 간 시가총액 격차는 크게 줄었다.
이날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시총은 30조4359억원으로 셀트리온(34조2331억원)을 맹추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삼성의 막대한 투자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현재 주력 사업인 위탁생산(CMO)을 뛰어넘어 위탁개발(CDO) 역량도 크게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투자 지원 속에서 신약 개발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종목은 삼성의 M&A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며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도 나왔다.
코스닥 시가총액 7위인 에이치엘비는 일부 온라인 투자 모임을 중심으로 "삼성이 바이오 산업을 키우기 위해 에이치엘비를 인수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날 주가가 19.7% 급등하기도 했다. 이 업체는 선박 건조 업체지만 2015년 LSK바이오파트너스 등 바이오 자회사를 인수하며 바이오 관련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LSK바이오파트너스는 희귀암 치료제 '아파티닙'을 개발한 업체다.
오 병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인수설은 근거 없는 풍문으로 보인다"며 "삼성의 바이오 투자 확대 등을 계기로 투자자들 사이에 바이오 종목을 두고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5G(세대) 통신장비들도 주가에 탄력이 붙었다. 통신장비를 구성하는 함체·선반 등을 가공해 통신장비에 납품하고 이를 부품으로 통신장비가 제작되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5G 통신망을 구축할 때 가장 먼저 수혜를 입기 때문이다. 서진시스템(7.9%)을 비롯해 쏠리드(4.5%), 케이엠더블유(6.3%), 에이스테크(2.7%) 등 통신장비주들이 전날 대비 강세를 보였다.
한 동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서진시스템은 5G에 따른 장비 대형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이 글로벌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데 이어 전장부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자동차 부품주들 주가도 뛰고 있다.
자동차 카메라렌즈 제작회사 세코닉스는 지난 8일까지 주가가 35.4% 급등했다가 9일에는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4.7% 조정받기도 했다.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공급하는 SK머티리얼즈 주가도 이날 5.1%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관련주 픽셀플러스 주가는 이날 11.7%나 오르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 투자 확대에 따른 호재를 멀리서 찾지 말고 그룹 계열사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삼성 투자 계획에는 향후 3년간 청년 일자리 4만개 창출 내용도 포함됐다. 이들 종목은 실적도 증가세다. 삼성물산은 올해 영업이익이 1조1140억원으로 예상돼 작년보다 26.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엔지니어링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라 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대규모 인력 충원과 시설 투자에 나서게 되면 그동안 그룹사 시공을 담당해온 삼성엔지니어링·삼성물산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물산·삼성SDS·삼성엔지니어링 등 4대 수혜주에 대한 올해(8일까지) 순매수 규모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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