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남북 정상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8.5.26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종합)[남북정상회담] 한달 만에 '깜짝 만남'.. 무슨 대화 나눴나
- 트럼프의 미묘한 입장 감안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성공적 개최 필요성 논의
- 한미정상회담서 논의한 비핵화 방안·남북미 회담까지 거론했을 가능성도
- 문대통령 '적극 중재' 행보.. 반전 거듭 북미회담, 제 궤도 오를까
- 미국내 '대북 불신' 해소 포석..'정상간 직접소통' 해법도 강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전격적으로 두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두고 롤러코스터 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누구도 쉽게 예상치 못했던 '깜짝 회담'이 이뤄진 것이다. 무엇보다 4·27 정상회담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판문점에서 다시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두 정상이 현 비핵화 정세와 타개 방안을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또 이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했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회담 개최 소식을 알리면서 "양 정상이 4·27 판문점선언의 이행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지금이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중대 고비라는 판단 아래, 회담의 '불씨'를 살리려고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에 나선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남북회담이 미국 내에서 흘러나오는 '대북 불신'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미회담을 제 궤도에 올려놓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실무진이나 참모진들의 소통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대로 정상 간 직접소통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한다.
그동안 참모진의 메시지가 회담 성사를 가로막는 상황이 되풀이됐다는 점에서, 정상 간 허심탄회한 대화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가 큰 관심사로 지목되는 가운데 그중 으뜸으로 꼽히는 의제는 역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였다.
북미 실무라인 접촉으로 순조롭게 개최될 것으로 보였던 북미정상회담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미국 비판 담화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으로 성사 여부가 미궁 속에 빠져드는 듯했다.
그러나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반영해 정상회담 성사를 바란다는 취지의 김 제1부상 담화를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면서 회담은 다시 성사되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혀가는 흐름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본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북미 정상이 이제는 보다 더 안정적으로 비핵화 담판을 위한 대화틀을 운용해 나갈 수 있게끔 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진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공식화한 24일 밤늦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을 소집해 "북미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정상회담 성사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이번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이후 평화체제 구축과 같은 문제를 원활하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미정상회담이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회담 성사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을 공산이 크다. 최근 며칠 새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혼란이 한 번 더 재연된다면 다시 북미 정상을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게 하기는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행되면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고 한 만큼, 이를 포함한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논의결과를 김 위원장에게 설명하고 향후 북미정상회담에 신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 역시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핵심 의제는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중대 변수인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북미 사이의 견해차를 줄이는 데에도 집중했을지 주목된다.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선호하는 북한과 '속전속결의 일괄타결 해법'을 지향하는 미국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야말로 북미정상회담 성공의 최대 관건이라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든지 한미정상 통화 등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 역시 북한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문 대통령에게 밝혔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후 성사될 것으로 점쳐지는 남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내용 역시 논의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남북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데 3국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점을 감안한 추정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4·27 판문점선언의 이행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는 것도 눈길이 가는 지점이다.
남북은 애초 판문점선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을 16일에 열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 공중연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 등을 문제 삼으며 이 회담은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5월 중 개최 시점이 못 박힌 장성급회담이나 6·15남북공동행사, 8·15 이산가족 상봉 등 판문점선언 당시 합의 내용의 이행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방미 당시 "북한이 비난한 맥스선더 한미연합 군사훈련 종료일인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 '수시로 논의' 현실화.. 정상만남 지속하나
- 역대 네번째 남북정상회담.. 같은 정상의 두번째 만남은 사상 처음
- 한 달 만의 파격 재회.. 북미정상회담 등 급박한 한반도 정세 방증
- 판문점선언서도 "수시 논의" 언급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6일 정상회담은 4·27 남북정상회담이 있은 지 29일 만이다. 이번 회담은 시기와 형식 등에 있어 예측하기 어려웠던 '깜짝 회동'으로서 앞으로 남북 간에, 혹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중대한 현안이 생기면 언제든지 또 만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북 정상이 만나 회담하기는 이번이 역대 네 번째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6·15 남북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당시 회담의 주인공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으로, 10·4 남북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후 남북 정상이 다시 마주앉기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판문점선언을 내놓았다. 그로부터 29일 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역대 네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전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는 점에 비춰보면 29일 만의 남북정상회담은 극히 이례적이다.
아울러 '동일한 정상'이 두 번 재회한 것도 처음이다. 첫 회담부터 세 번째 회담까지는 남북 정상이 '상견례'와 '탐색전'을 겸해야 했지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를 생략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례에 비춰봐도 이처럼 파격적인 회담이 전격 성사된 것은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최대 관문'이라 불리는 6·12 북미정상회담 성사가 흔들리는 상황을 맞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돌연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이 대화 의지를 표명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애초 계획대로 6월 12일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을 내놓으며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100% 개최'를 확신할 수는 없는 분위기가 이어지던 요즘이었다. 결국 북미대화의 '중재자'이자 '촉진자' 역할을 하는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썼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번 쓰면 소진되는 카드'가 아니라 남북 정상 간 소통의 촉매제로도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두 정상이 '핫라인(직통전화)' 통화는 물론 잦은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미 4·27 판문점선언에서 '양 정상은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하여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진지하게 논의하고 신뢰를 굳건히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문 대통령의 올해 가을 평양 방문이 남북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두 정상은 이번으로 벌써 두 차례 회담을 했으며, 따라서 평양 회담이 성사되면 세 번째가 될 수가 있다. 그러나 양 정상이 평양 회담 전에 또 만난다면 평양 회담이 세 번째가 아니라 네 번째 이상이 될 것이며, 이렇게 된다면 '회담 정례화' 또는 '수시 회담' 흐름은 이미 시작된 것과 같다는 해석 역시 가능하다.
포옹하는 남북 정상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헤어지며 포옹하고 있다. 2018.5.26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 전문가들 "외교적 모멘텀 지속" 평가
- "문 대통령, 전쟁으로부터 한국민 안전위해 단호하게 행동"
- "한미, 대북 협상에서 공동 입장 중요"..한미 공조 주문도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전격적으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외교적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한 만남으로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주문했다.
영국 셰필드 대학 한일연구소의 마커스 벨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최근의 후퇴(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모멘텀을 계속해서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워싱턴DC의 중도 성향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Stimson Center)'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김 위원장과 뚝딱 회담할 수 있는 문 대통령의 능력은 '백 채널 외교'(back-channel diplomacy)에 대한 남북 지도자의 의지를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면서 "남북 정상은 직접 소통과 짧은 공지에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군사 분석가인 애덤 마운트는 워싱턴포스트(WP)에 "문 대통령은 전쟁으로부터 한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운트는 "미국의 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도 이 같은 목표를 가져야 한다"면서도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판문점 선언에 의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한의 한미 간 균열 의도를 염두에 둔 듯 "한미는 김 위원장이 외교적 트랙을 분리(이간질)하지 못하도록 함께 해야 한다"면서 "한미가 (대북) 협상에서 공동의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대통령, 김정은 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 개최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5.26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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