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1.21 - 팩트체크]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 '부풀려졌나?'
도이치뱅크 보고서에 '발칵'... 최대실적 불구 주가 9.8% ↓
셀트리온 "회계기준대로 처리... 문제 삼는 도이치가 이상"
셀트리온이 창사이래 최대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19일 주가가 9.8%나 빠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8289억원의 매출로, 사상 처음으로 8000억원 고지를 넘었다고 이날 밝혔다. 영업이익은 무려 105% 늘어난 5174억원을 기록했는데 왜 주가는 역주행을 했을까.
이날 도이치뱅크는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8만7200원으로 제시했다. 19일 종가 28만7800원의 3분의1 수준이다. 도이치뱅크는 셀트리온의 연구개발(R&D) 비용을 문제삼았다. 당해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영업이익률이 실제보다 더 높다고 분석했다.
도이치뱅크는 보고서에서 "셀트리온이 연구개발(R&D)비를 비용으로 처리하기보다 자산화시킨 비율이 훨씬 많다"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은 R&D비용 가운데 당해 비용으로 처리한 비중이 평균 81%인데 셀트리온은 27%"라고 지적했다.
즉, 셀트리온은 경상개발비에 포함시키는 R&D 비용이 다국적기업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만약 셀트리온이 다국적제약사처럼 R&D비용의 80%를 비용처리하면 영업이익률은 30%중반대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2.4%다. 그러나 도이치뱅크의 이같은 분석에 대해 국내 바이오제약업계는 '말도 안되는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우선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R&D 비용은 '경상개발비'로 처리해 당해 연도에 비용으로 모두 처리하지만, 바이오시밀러에 들어가는 R&D 비용은 상업화 가능성이 신약에 비해 매우 높아 '무형자산'으로 본다는 것이다. 때문에 무형자산으로 반영하고, 매년 일정비율로 감가상각 처리한다. 이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제1038호 무형자산 기준서'에 의거한 정상적인 회계처리방식이다.
그런데 도이치뱅크는 '셀트리온은 다국적제약사에 비해 비용처리하는 R&D 비중이 낮다'고 문제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은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비용은 자산화하는 것이 정상적인 회계처리"라며 "우리도 신약개발은 모두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상업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의약품의 연구개발비를 당기 비용처리 대신 자산화하는 것은 불공정한 회계 처리방식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도이치뱅크 해석대로라면, 셀트리온은 한해 2000억원의 R&D 비용 가운데 1600억원을 비용처리해야 한다는 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우리는 바이오시밀러를 주로 개발하는 회사"라며 "신약개발을 주로 하는 다국적제약사의 잣대를 우리보고 끼워맞추라는 격"이라며 몹시 불쾌해 했다.
'휴미라'를 개발한 다국적제약사 애브비도 R&D비용 가운데 30% 정도만 '경상개발비'로 넣어 당해 연도에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비슷한 비율이다. 다국적제약사 화이자도 마찬가지다. 결국 제약회사가 어떤 치료제 개발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비용처리 비중은 달라진다는 얘기다. 바이오시밀러 개발비중이 높으면 '비용처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신약개발 비중이 높으면 비용처리 비중이 높다.
한편 도이치뱅크는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거의 1년째 동일하게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도이치뱅크가 분석한 셀트리온 보고서에서도 목표주가는 8만7200원이었고 이번에도 같다. 이는 지난해 11월 목표주가를 27만원 제시한 한화투자증권이나 23만원 제시한 유진투자증권, 25만원 제시한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크게 다른 행보다.
차바이오텍 연구원이 경기 성남 연구소에서 줄기세포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제공
차바이오텍 "저수익 사업부 팔고 자사주 소각"
- 이 영욱 대표, 고강도 쇄신책...
- 주주에 자구계획안 서한 보내"임원 급여 30% 삭감하고 계열사 합병 등 조직 통폐합"
- 흑자전환 위해 비상경영 돌입... "신속하게 위기 극복할 것"
줄기세포 치료제 전문기업 차바이오텍(23,70010,150 ↓29.99%)이 임원 급여 삭감, 자사주 전량 소각 등 고강도 경영 쇄신안을 내놨다. 차바이오텍은 2017 회계연도 실적의 연구개발(R&D) 비용 처리 문제로 외부감사에서 한정 의견을 받은 데다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지난 22일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 기초연구 부문 떼내 손실 축소...
차바이오텍은 25일 주주들에게 이 같은 자구계획안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이영욱 대표는 서한에서 “차바이오텍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 4년간 누적 영업이익이 677억원에 달한다”며 “회사 운영이나 현금 흐름과는 무관한 회계 처리상 문제”라고 설명했다.
차바이오텍은 기초연구 부문을 물적 분할하기로 했다. 영업손실의 원인이 된 R&D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개별 재무제표 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매출과 영업이익 확대를 위해 우량 비상장 계열사를 합병하거나 사업 양수를 추진한다.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신사업 진출 계획도 밝혔다.
저수익 사업부문은 떼어내기로 했다. 또 임원 급여 30%를 자진 삭감하고 조직 통폐합을 통한 비용 절감 및 효율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영쇄신으로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 임원진 스톡옵션도 모두 포기...
차바이오텍은 주주 보호 방안도 내놨다.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108만7342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현 임원진이 부여받은 스톡옵션 가운데 미행사분과 신규 부여 예정인 모든 스톡옵션을 반납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개별 실적에서도 4년 연속 적자를 냈지만 적자 폭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흑자 전환을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신속하게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바이오텍이 신속한 경영쇄신안을 내놓은 배경은 차병원그룹 전체로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1년 설립된 차바이오텍은 차병원그룹의 제약사, 해외병원 등 영리사업법인을 거느리고 있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핵심 기업이다. 제대혈, 줄기세포 보관사업과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 “R&D 투자 전액 비용 처리”
차바이오텍의 관리종목 지정 단초는 R&D 비용의 회계처리 방식이다.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라 R&D 비용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가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의 정정 요구로 회계 방식을 바꿨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억원 영업흑자에서 8억원 적자로 바뀌면서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4년 연속 적자는 관리종목 지정 사유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앞으로 R&D 비용은 비용으로 인식해 회계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 방식 변경은 바이오업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제넥신 바이로메드 등도 R&D를 비용으로 인식해 당초보다 지난해 이익이 줄거나 적자가 확대됐다. 2016년 말 기준으로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제약·바이오 상장사는 전체 152곳 가운데 8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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