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잔혹사]빚 내서 치킨집.. 1년 못버티고 폐업, 또다시 빚 '악순환'
'평생직장'은 사라진 반면 기대수명은 길어지면서 은퇴 후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어렵사리 대출까지 끌어안고 치킨집, 커피전문점 등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이 중 절반은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이 경우, 대부분 창업 초기 투자비용도 회수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게 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다시 은행을 찾아 돈을 빌린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자영업자 수와 이들이 은행권으로부터 빌린 대출규모가 동반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기준 기업생멸 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기업은 504만5000개였다. 이는 지난해대비 15만개(3.1%) 증가한 것으로 이중 부동산임대업(5만5000개), 숙박·음식점업(3만8000개), 도소매업(1만2000개) 등이 크게 늘면서 자영업자 증가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영세사업자로 10명 중 7명(71.3%)은 매출액 규모 1억원 미만이었다. 특히 연매출 5000만원 미만의 자영업자는 전년대비 5만5000명 늘어 전체의 56.7%에 달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자들도 매출이 높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들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선호하는 치킨집과 커피전문점이지만, 가맹점당 매출액은 프랜차이즈 업종 가운데 하위권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편의점이 2만6000개로 가장 많았고, 치킨집(2만4000개)과 커피전문점(1만2000개)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전년대비 42.2% 급증해 7개 업종 중 1위를 기록,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총 매출액도 51.5% 증가해 2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가맹점당 매출액으로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가맹점당 매출액은 편의점이 4억309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커피전문점은 1억6820만원으로 4분의 1수준에 그쳤다. 치킨집은 이보다 더하다. 치킨집의 가맹점당 매출액은 1억1410만원으로 주점(1억3170만원)보다도 낮아 7개 업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비롯한 자영업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과 동시에 자영업자들의 대출규모도 비례해 늘어났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의 '국내은행의 대출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을 222조90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98조5096억원)대비 24조3647억원 늘어난 수치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은퇴 연령층의 비중이 60%를 훌쩍 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후 생계형 창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들이 운영한 사업체의 생존기간은 짧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커피숍, 치킨집, 호프집 등의 업종은 1년 생존율이 55.6%였다. 이들 중 절반은 1년도 못 버틴다는 의미다. 국세청 자료를 봐도 결과는 같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자영업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였다. 생존율로 따져보면 16.4%에 불과해 창업 후 6개 중 5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결국 창업을 시작한 자영업자 대부분이 대출받아 사업을 벌이지만 1년도 채 버티지 못한 채 문을 닫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매출 43조원 규모로 전년대비 14% 성장했지만, 가맹점주들은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계속 낮추고 있다. 이에 지난해 가맹점당 매출은 2억5700만원으로 전년대비 3.6% 증가에 그쳤다. 사진은 26일 독산동의 한 치킨집에서는 두 마리 1만1000원이라고 내거는한편 커피전문점에서는 1500원 저가커피를 내놓고 있다.
[르포]치킨집 치킨싸움, "닭·커피 팔아 임대료 내기도 힘들다"
"주말이라 그래요. 평일에는 텅텅 비었어. 고작 1년 됐는데…."
지난 27일 저녁, 상도동에 있는 A커피전문점 가맹점주 권모씨는 "손님이 제법 많은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이같이 말했다. 권씨는 "연말연시인데다가 주말이라 사람이 그나마 좀 있어 보이는 거지 평일에는 전혀 장사가 안돼 죽겠다"고 말했다.
권씨가 커피전문점을 차린 것은 지난 11월. 인근에 있는 동네 커피숍이 잘 되는 것을 보고 '나도 해볼까'하는 마음에 점포를 냈다. 그러나 반경 500~600m 내에 2개뿐이 던 커피숍은 1년 사이 5개로 늘었다. 권씨는 "누가 커피숍을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며 "행여 사업하더라도 커피숍은 하지 마라"고 기자에게도 재차 당부했다.
지난해 12월 B커피전문점을 개점한 한모씨는 최근 저가 커피전문점으로 간판을 바꾸려고 고민 중이다. 현재 아메리카노 한 잔 당 2500~3000원에 팔고 있지만 손님이 크게 줄어 1500원짜리로 매출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한씨는 "문을 연 지 1년밖에 안됐지만 처음 시작할 때보다 매출이 20% 가량 줄었다"며
"3명이 들어와서 커피 2잔만 주문하는 상황에서 바로 옆 건물에 또 커피점이 들어서려고 공사 중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씨는 "월세 200만원에다가 아르바이트 인건비, 전기료, 재료비 등을 내려면 하루에 커피를 100잔씩 팔아야 유지가 되는데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출이 터무니없이 적다" 고 토로했다.
그러나 저가커피도 해결책은 아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시내에서 1500원짜리 저가커피를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하루에 500잔씩은 팔아야 이윤이 남는다"면서 "비 싼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등 초기 투자비용까지 고려할 때 저가커피가 답이 될 순 없다"고 꼬집었다.
한 집 걸러 치킨집, 커피집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가맹점주들의 매출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프랜차이즈 규모는 43조원으로 2013년 38조원에 비해 5조원 (14.3%) 증가하며 두 자릿수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과당경쟁에 따라 가맹점주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기준 서비스업부문 조사결과'를 보면 확연히 나타난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지난해 16만7000개로 전년대비 1만6000개(10.4%) 증가했다. 그러나 가맹점당 매출은 2억5700만원으로 2013년 2억4900만원보다 3.6%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특히 커피전문점의 가맹점당 매출액은 1억6820만원에 그쳐 프랜차이즈 업계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전세계 맥도날드보다 많다는 국내 치킨집도 마찬가지다. 치킨집의 가맹점당 매출액은 1억1410만원으로 주점(1억3170만원)보다도 낮아 7개 업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루에 30~40마리씩은 튀겨야 월세 100만원에 재료비, 인건비 등을 내고 이윤을 남기는데 인근에 치킨집이 너무 많아 걱정이네요."
김모씨는 일주일 전 전화주문만 받는 C치킨전문점을 열었다.
인근에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커피만으로는 매출이 적어 치킨집까지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점하자마자 크리스마스 연휴와 주말이 끼어있어 일 매출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김씨는 "한 마리당 1만6000원에 파는 배달치킨전문점들과는 달리 9000원, 1만원에 팔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은 있지만 이 골목에만 치킨집이 4개나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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