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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보투자 이야기

[토요 FOCUS] 출범 2년 맞은 `남부지검 증권범죄 합동수사단`

 

 

 주가조작 끝까지 추적하는 `여의도 저승사자`
 검찰·금융위·국세청 등 6개기관 베테랑 총집결...
 빠른 수사로 증시 불공정 거래 30% 줄여...

 

 ■ 사건파일 #1 4년 전 주가조작 1년반 추적끝 검거

 2013년 5월 검찰은 코스닥 상장업체 T사 회장인 H씨가 시세를 조종하고 회사돈을 횡령했다는 정황을 금융당국으로부터 넘겨받았다. T사는 바이오·자원 개발 등 당시 '뜨는' 사업들을 진행 중이라고 홍보했지만 실체는 단순한 의료기기 도매업체였다. 문제는 검찰에 고발이 들어온 시점이 늦었다는 점이었다. 주가조작이 발생한 시점은 2009~2010년이었고 T사가 상장폐지된 지도 2년여가 흘렀다.

 

 핵심 증거들도 대부분 사라진 상태였다.

 

 최근 H씨는 느긋했다. 하지만 1년 반 동안의 추적 끝에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H씨를 비롯해 주가조작을 공모한 일당 20여 명을 대거 구속했다. H씨를 둘러싼 수천 건의 차명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금융거래 내역을 뒤지면서 '결정적 한 방'을 찾았던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던 수사가 2년 뒤 구속 기소로 완성되면서 금융당국은 물론 여의도 증권가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근성 수사에 혀를 내둘렀다.

 

 

 

 ■ 사건파일 #2 SNS로 기관투자가 엮인 시세조종 포착

 지난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투자자문사 대표 A씨를 불공정거래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던 중 A씨가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주가조작을 모의한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기금운용팀 직원이 연루된 사실도 확인했다.

 

 A씨는 주가조작 세력들을 끌어모아 코스닥 상장사 B사 주식을 미리 사들였고, 이후 사학연금 기금운용 직원에게 뒷돈을 주고 해당 종목을 매수토록 했다. 사학연금의 대규모 매수로 주가가 오르자 A씨 등은 차익을 실현해 부당 이익을 취했다. 세력이 빠져나가면서 B사 주가는 폭락했고, 사학연금은 큰 폭의 손실을 입었다.

 

 검찰 관계자는 "자본시장을 교란한 심각한 모럴해저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증권사 브로커-애널리스트-기관투자가가 엮인 시세 조종 행위에 대한 소문만 공공연히 떠돌았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들 일당을 법정에 세운 첫 번째 사례를 기록했다.

'여의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이달로 출범 2년째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직후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라 2013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출범한 합수단은 지난해 2월 서울남부지검에 둥지를 틀었다. 남부지검은 올해 금융조세조사1부와 2부까지 흡수하면서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재출발하게 됐다.

남부지검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 조종 등 증권범죄를 집중 수사하는 곳은 증권범죄합수단이다. 한마디로 자본시장의 '독버섯'을 뿌리 뽑는 곳이다. 합수단은 검찰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국세청을 포함해 모두 6개 기관에서 파견된 50여 명으로 구성된 금융·증권범죄 전문 수사기관이다.

금융·증권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문찬석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연수원 24기)는 "자본시장에서 증권범죄자들이 숨을 곳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증권범죄 사범들을 끝까지 쫓아 불법 이익을 환수하고 사법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년간 교묘히 법망을 피해 다녔던 시세 조종 세력들과 주가조작에 가담한 상장업체 경영진 등 증권사범들을 줄줄이 사법 처리했다. 합수단이 이처럼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은 검찰 핵심 인재와 금융증권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호흡하면서 주가조작 적발부터 검찰 수사단계를 대폭 줄인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전문기관 6곳의 최정예 직원들이 모이면 자칫 화학적 결합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합수단은 서로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김 형준 증권범죄합수단장(부장검사·연수원 25기)는 "합수단 전문인력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됐다"며 "신속한 수사와 증거 확보가 요구되는 사건이 접수되면 바로 합수단이 가동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검찰이 전체적인 수사를 지휘하지만 증거 수집은 합수단을 구성하는 타 금융기관 최정예 직원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각 기관 파견인력 간 시너지 효과가 합수단의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시사했다.
 

 

 수사에 들어가면 합수단 멤버들은 소리 소문 없이 타깃에 접근한다. 주가조작 사범이 남긴 금융거래 흔적을 신속하게 수집한다. 최근 합수단이 국민연금 자금을 운용한 현직 사모투자펀드(PEF) 대표 윤 모씨를 구속 기소한 것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워크가 발휘된 대표적인 사례다. 이 운용사는 국민연금의 자금을 운용하던 회사여서 증권시장 관계자들 이목을 집중시켰다.

 합수단이 이 회사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 3월 중순께이다. 합수단은 이 회사 대표이사인 윤씨가 거액의 뒷돈을 받고 부실 투자를 집행했고 수억 원대 회사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입수했다. 합수단 소속 검찰 수사관과 금감원, 거래소 등 각 기관에서 수집할 수 있는 증거물들을 모아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수사에 착수한 지 몇 주 만에 상당한 양의 증거를 수집했다.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이례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합수단은 지난달 초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이 회사 사무실을 급습했다. 대표이사 윤씨도 자택에서 체포했다. 신속하게 현장 증거를 확보하고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사건 접수 두 달여 만에 수사 절차를 끝마치고 기소까지 일사천리로 마무리했다.

 

 놀랍게도 기소된 윤씨는 체포 직전까지도 자신이 수사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합수단이 증권범죄 사범들을 신속히 사법처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은 창설 직후 도입한 '패스트트랙 제도' 덕이다. 패스트트랙은 검찰의 조기 개입이 필요한 증권범죄 사건은 금융당국의 조사를 생략하고 검찰이 곧바로 수사에 개입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한국거래소가 시장에서 나타난 이상 매매를 뽑아내면 이후 금융감독원,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고발 이후 검찰에 넘어가는 단계로 진행됐다. 이로 인해 사건이 발생하고 금융당국 조사를 거쳐 검찰 수사가 이뤄질 때까지 1~2년이 걸렸다. 검찰은 이 같은 현실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패스트트랙을 전격 도입했다. 합수단은 패스트트랙을 통해 전달받은 사건을 평균 78일 만에 처리했다.

 

 패스트트랙 이전에 관련 범죄를 다뤄왔던 검찰의 평균 처리기간(124일 이상)에 비해 2배가량 빠른 속도다. 남부지검이 여의도를 감시하기 시작한 이후 증시에서 불공정 거래는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불공정거래 혐의를 적발해 감독당국에 통보한 건수는 132건으로 전년(188건)과 비교해 28% 감소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관계자는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계좌 수가 줄었다는 것은 주가조작 세력의 활동이 상당히 위축됐다는 의미"라며 "최근 검찰과 금융당국이 증권범죄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출처 2015년5월31일 매일경제 )

 

 

 

 

 

 [차장열전]'시장범죄 저승사자'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산증인

 

 시세 조종, 블록딜(Block Deal), 허수 매수 등. 일반인들에게는 용어조차 생소한 증권 관련 단어가 오가는 수사 현장에는 어김없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증권범죄합수단)이 등장한다. 검찰은 증권시장에 개미 투자자를 울리는 작전세력이 기승을 부리자 2013년 서울중앙지검에 1기 증권범죄합수단을 출범시켰다. 1기 증권범죄합수단을 이끈 단장이 문 찬석(54·) 서울남부지검 제2차장검사다.

 문 차장검사는 증권범죄합수단을 맡기 전부터 특수통으로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문 차장검사는 인천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1년 건설업자 안모(71)씨가 인천 지역 유력 정치인에게 뇌물을 상납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사실을 적발했다. 안씨 돈을 받은 김수문(72) 인천시도시개발공사 부사장과 홍종일(55) 당시 인천부시장, 이호웅(66)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0월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 용선)는 회삿돈을 빼돌려 정치인과 행정관료 등에게 뭉칫돈을 건넨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상 횡령 등)로 안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안씨가 운영하던 사업체에 벌금형 16억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안씨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사외이사 월급을 준 혐의(배임수재 등) 김 부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등 비리 정치인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문 차장검사는 2013년 증권범죄합수단을 이끌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증권범죄합수단은 그해 5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9개월 동안 증권시장에서 범죄행각을 벌이던 66명을 구속 기소하고 9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이들이 증권시장에서 부당하게 얻은 이익 248억원을 환수했다. 또 탈루세금 266억원을 찾아내 국세청에 통보했다.

 증권범죄합수단 출범 이후에도 적지 않은 상장사들이 자본시장 범죄를 저지르다 덜미를 잡혔다. 전도유망한 코스닥 기업 H사의 회장이자 대주주였던 이모(79)씨는 H사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이 150억원에 육박하자 금융기관으로부터 원리금 상환 독촉에 시달렸다. 이씨는 작전세력을 동원, H사 주가를 끌어올려 47억7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증권범죄합수단은 시세 조종에 가담한 이씨 등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지난해 작전세력과 공모해 자사 주식을 띄우고 부당하게 이익을 남긴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로 이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산하에 있던 증권범죄합수단을 증권범죄 전문 검찰청으로 지정한 서울남부지검으로 옮겼다. 검찰은 대구지검 형사1부장을 맡고 있던 문 차장검사를 승진 발령해 올해 2월 출범한 2기 증권범죄합수단을 이끌도록 했다.

 전남 영광 출신인 문 차장검사는 경기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2년 후인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문 차장검사는 사법연수원 24기를 수료하고 1995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20년째 현직 검사로 수사 일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 출처 : 2015년10월19일 이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