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철민이 쏘아올린 공?... 동물용 구충제 논란에도 관련주 요동...
"효과 봤다" 김씨 언급에 펜벤다졸 관심 고조...
증시로 열기 번지며 관련기업 주가 '요동'
보건당국 "효과 확인된 바 없다"... 거래소 '투자 주의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개 구충제 항암 효과에 대한 열기가 주식시장으로 옮겨붙었다. 구충제 성분인 펜벤다졸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주가가 연일 폭발적 시세를 분출하고 있다. 급기야 하루 거래대금이 시가총액의 두 배가 넘는 2500억원에 달하는 종목도 나올 정도로 후끈하다.
폐암 말기 투병 중인 개그맨 김 철민이 펜벤다졸 복용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언급을 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 하루 거래 2500억... 개 구충제에 열광하는 투자자...
3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동물용 의약품 전문 제조업체 제일바이오(052670)는 펜벤다졸 성분으로 된 구충제를 생산·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주가가 일주일 새 60% 넘게 치솟았다. 전날 상한가(30% 상승)를 기록한데 이어 이날도 장중 27% 넘게 폭등하며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제일바이오의 이날 거래대금은 2536억원에 달했다. 시총(111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이 회사의 주식은 전날에도 2000억원 넘는 거래대금을 기록하는 등 사흘 새 6000억원 넘게 거래가 이뤄졌다. 다만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이날 고점에 비해서는 18% 가량 급락한 상태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상장사인 진바이오텍(086060)도 자회사 다원케미칼이 펜벤다졸 성분이 함유된 동물의약품을 만들고 있다고 전해지면서 주가가 연일 요동치고 있다. 전날 21%대 급등한데 이어 이날도 16% 넘게 치솟다가 막판 차익 매물이 쏟아지며 8%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날 거래금액은 682억원에 달해 시총(510억원) 규모를 뛰어넘었다.
알리코제약도 펜벤다졸과 비슷한 화학 구조를 지닌 알벤다졸 성분으로 구성된 알비정이라는 구충제를 생산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같은 테마로 분류되며 주가가 연일 급등락하고 있다.
◇ 김씨 이어 경험담 우후죽순... 보건당국·거래소 ‘경계령’
개 구충제의 항암 효과에 대해서는 수 개월째 사회적 이슈가 되며 설왕설래가 있어 왔지만 최근 개그맨 김철민씨의 페이스북이 대중의 눈길을 끌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폐암 말기로 투병 중인 김 씨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자력병원 방사선 치료 17차 하러 왔다”며 “펜벤다졸 4주차 복용(결과) 통증이 반으로 줄었고 혈액검사 정상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렇자 대중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이들의 진술이 나왔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충제 복용을 해보겠다는 이들도 등장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보건당국이 직접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물용 구충제의 주 성분인 펜벤다졸은 사람을 대상으로 효능이나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물질”이라며 “사람에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암 환자는 절대 복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 씨도 뜻밖의 반향에 한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구충제 먹는 사실이 이렇게 파장이 될 줄 몰랐다”며 “안되더라도 (저는) 이것저것 해보는 상황이라 통증이 많이 줄어든 부분은 사실이다”며 펜벤다졸 복용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증시에서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과열 양상을 띠자 한국거래소가 제지에 나섰다. 이날 거래소는 제일바이오에 대해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예고했다.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해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테마성 이슈에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구충제와 관련해 펜벤다졸 사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 투자 행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