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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7번의 금리역전 후 모두 경기침체... 이번엔?
14일 장중 장·단기 금리 역전 공포 덮치며 다우지수 3% 급락...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월가에서 다우지수가 올 들어 최대 폭인 800포인트(3.05%) 급락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공포 장세'를 불러왔다.
장중 미국 국채의 장기 금리(만기 10년 금리)와 단기 금리(만기 2년 금리)가 역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미국 월가에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반드시 경기 침체가 뒤따른다는 '경험 법칙'이 있다. 경기 침체가 온다면 증시엔 악재(惡材)다. 그러나 다우 지수는 14일 하루만 하락했다가 15일 0.39%, 16일 1.2% 상승하는 등 다시 회복되는 모습이다.
충격이 가시자 실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당장 미국에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몰려올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모하마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19일 블룸버그통신 기고문에서 "중국, 유럽 등의 성장이 실망스럽지만 미국 성장의 원동력인 소비자들은 건강하다"며 "지난주 금리 역전 이유로 주가가 3% 가까이 떨어진 것은 과잉 반응이었다"고 분석했다.
◇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 예언하나...
미국 월가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를 예언한다는 믿음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1960년대 이후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타나면 반드시 경기 침체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금리 전문가인 캠벨 하비 듀크대 교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7번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고 그 후 5~23개월 후에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차 대전 이후 금리 역전이 나타난 후 평균 5분기(1년 3개월) 후에 경기 침체가 나타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리 역전 현상만 가지고 미국 경기 침체를 예단하는 건 경기 판단을 너무 단순화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국에선 경기 침체 가능성을 평가할 때 금리뿐만 아니라 고용 지표 등도 같이 본다. 그런데 최근 미국 고용 시장은 '과열'이라고 부를 정도로 견조하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3.7%로 지난 1969년(3.6%) 이후 50년 만의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주택가격이 올 들어 하락세이긴 하나 급락세나 위기 조짐은 없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2.6%로 작년(2.9%)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의 기초 체력을 의미하는 잠재 성장률(1.8%)보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결국 장·단기 금리 역전 외에 미국의 경기 침체를 강하게 시사하는 경제 지표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초(超)저금리가 일상화됐기 때문에 이미 낮은 금리 수준에서 금리 역전이 일어나는 것만으로 과거와 같이 경기 침체의 전조(前兆)로 해석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최근 "과거와 달리 장기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만큼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신호로 장·단기 금리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금리 외에도 글로벌 증시 위험 요인 많아...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당장의 경기 침체를 예언하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데는 많은 경제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경기순환 지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동안 경기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은 30~35%로 전 분기(25~30%)보다 높아졌다.
가장 큰 위험은 미·중 무역 분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미국이 중국에 매긴 관세를 대부분 미국 기업이 부담하고 있으며, 미·중 소비자들이 무역 전쟁의 피해자"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0.3% 감소할 위험성을 지적했다.
게다가 과거 미국이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때 평균 인하 폭은 5.3%포인트였지만, 지금은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2%포인트밖에 안 된다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침체에 대응하는 투자를 하려면, 미국의 장·단기 금리뿐 아니라 미·중 무역 분쟁 추이 등 다른 다양한 요소를 보면서 투자 결정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마켓뷰] 14거래일만에 돌아온 외인... R의 공포는 여전...
14거래일 만에 돌아온 외국인의 도움을 받은 코스피지수가 1960대를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2% 넘게 오르며 600선 고지를 재탈환했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글로벌 재정정책 확대 등의 기대감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여전한 만큼 방어적인 투자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05%(20.35포인트) 상승한 1960.25로 장을 마쳤다. 이틀 연속 강세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722억원, 601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으나 외국인이 지난달 30일 이후 처음으로 1137억원어치를 사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기관이 7894계약을 순매수하고 외국인이 762계약, 개인이 6754계약을 순매도했다.
이날 한국 증시는 장 초반 불안한 흐름을 보이다가 서서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 유예기간을 90일 연장한다고 발표한 점,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중국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알려진 것보다 더 긍정적이었다고 발표한 점 등이 미·중 무역분쟁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독일, 중국에 이어 미국도 중산층 세제 혜택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 역시 글로벌 부양정책 확산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전날 부진했던 반도체 관련주가 힘을 낸 점도 시장 분위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대장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각각 1.95%, 1.73% 상승하며 코스피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코스피 업종별로 보면
종이목재, 서비스, 전기전자, 화학, 증권, 의약품, 건설, 철강금속, 운수창고, 비금속광물, 통신, 음식료품, 기계, 유통, 운송장비 등이 전거래일 대비 올랐다. 은행과 섬유의복, 보험 등은 지지부진한 주가 움직임을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오름세를 보였다.
외국인이 대형주 쇼핑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NAVER(035420)가 4.68%나 상승했고 현대모비스(012330), 셀트리온(068270), POSCO(005490)등도 1% 넘게 올랐다. 현대차(005380), 신한지주(055550), 기아차(000270)등은 전날보다 떨어졌다.
국내 증시가 2거래일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으나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대신증권(003540)은 적극적인 매수세가 발생했다기보다는 짙은 관망심리 속에서 기대감이 유입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10년물-2년물의 금리 역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극도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으나 미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한 뒤 R의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1977년 이후 5번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있었는데 모두 일정한 시차를 두고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에는 경기확장 국면에서 금리 역전이 발생했으나 현재는 경기둔화 국면이고, 또 과거에는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에도 글로벌 증시 상승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따라서 지금은 R의 공포를 반영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