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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그룹의 '믿을 맨' 부상...
[종목대해부]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항공기 엔진부문 성장성+방위산업 실적개선. 이어지는 어닝 서프라이즈]
올 들어 증시 전반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계열사들의 주가하락에 우울한 그룹사들이 상당하다. 삼성이나 현대차를 비롯해 대부분 주요 그룹사들의 시가총액이 크게 줄어든 배경이다. 한화그룹도 예외가 아닌데 그룹 지주사인 (주)한화를 비롯해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주력 계열사들의 상황이 간단치 않다.
주가는 곤혹스러운 수준이다. 계열사 실적둔화가 한번에 닥친 여파로 (주)한화는 지난해 고점 대비 60% 가량 하락한 상태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은 주가가 세 토막이 났다. 그러나 모든 계열사가 그런 것은 아니다. 낭중지추로 등장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있는데 최근 2분기 증권가도 깜짝 놀란 실적을 내놓으며 한화그룹 '믿을 맨'으로 등판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계열사 동반부진에 깜짝 등장한 구원투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상반기 매출액은 2조353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지난해 196억원 적자에서 올해 730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순이익 역시 617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주가도 강세다. 현재 3만7200원인데 올해 신고가이고 지난해 고점(3만6500원)도 넘어섰다. 외국인과 기관도 쌍끌이 매수에 나서는 등 수급까지 좋아져 한화계열 상장사 가운데 원 톱으로 부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7년 8월 설립된 삼성정밀공업을 전신으로 한다. 삼성정밀공업은 삼성항공산업, 삼성테크윈으로 사명이 변경됐고 2015년 6월 기존 최대주주였던 삼성전자와 특수관계인 보유지분을 (주)한화가 인수해 2015년 6월 한화테크윈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2018년 3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사명이 다시 바뀌었다. 일련의 과정에서 사업이 분할되고 인수합병(M&A)이 더해지며 다수의 계열사가 생겨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당시 한화테크윈)는 2016년 두산그룹 방산업체인 한화디펜스(당시 두산DTS)를 인수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방산과 에너지, 기계 부문을 각각 분할해 한화지상방산,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정밀기계로 나눴다.
지난해에는 한화테크윈 시큐리티 부문을 분할해 한화테크윈을 세웠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내 방산 사업부문을 책임지는 중간 지주사가 됐고 자연스레 위상도 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총 6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는 중간 지주사 형태지만 한화시스템(52.9%)을 제외한 모든 자회사에 100% 출자하고 있어 자본시장에서는 단일 기업으로 받아들여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체적으로는 사업부문(계열사 포함)을 △항공엔진(정비 포함) △시큐리티(CCTV 등 보안) △방위산업(자주포, 장갑차, 유도무기 등) △파워시스템(발전·압축기 등 산업용 에너지 장비) △산업용장비(공작기계, 로봇 등) △ICT(SI, ITO, 물류서비스) 등 크게 6가지로 나누고 있다.
◇ 40년 항공엔진 개발역사, 세계적 위상의 K-9 자주포 제작...
사업별로 나눠 보면 뛰어난 위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선 항공엔진 부문은 1979년부터 40년 동안 한국형 항공무기체계(KT-1, T-50, 수리온 시리즈 등)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항공엔진을 제작해 왔다. 엔진부품은 GE나 롤스 로이스 등의 민수부문에도 수출된다.
방위산업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지닌 K-9 자주포 등을 한국정부에 독점 납품하고 있다. 국내에는 경쟁사가 없는데 K-9(천둥) 자주포는 폴란드와 필리핀, 터키, 노르웨이 등에 수출되며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20%가 수출이다.
한화시스템을 축으로 축으로 한 ICT부문은 국내 유일의 '민간+군' IT 시스템으로 이름이 높다.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 등 첨단 IT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레이더 및 탐지기, 조준경 및 광학장비 등 강점이 크다.
시큐리티 부문은 한화테크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보안용 CCTV를 필두로 지능형 보안솔루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화테크윈 수출비중은 80% 가량이며 미국, 유럽, 중국, 아프리카, 중동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인기고 네트워크 기반 감시 시스템은 연평균 7.5%씩 성장하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 부문은 공기 및 가스 압축기를 주력으로 하는데 중동 정유회사로부터 압축기 물량을 지속적으로 수주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정책에 따라 천연가스용 압축기 세계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화정밀기계 매출의 대부분은 전자부품 조립장비인 칩마운터에서 발생한다. 국내 및 중국, 미국, 동남아, 유럽 IT업체들을 고객으로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상반기 부문별 매출비중은 △방산 44.6% △항공엔진24.6% △시큐리티 12.0% △산업용장비 8.5% △ICT 7.2% △파워시스템 3.1% 등의 순이다.
◇ 항공엔진 부문 적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 때문. 자산 성격으로 봐야...
영업이익 기여도는 △방산 45.0% △산업용장비 38.2% △ICT 37.8% △시큐리티25.4% △파워시스템 2.0% △항공엔진 -48.4% 등이다.
주목할 것은 항공엔진 부문에서 발생한 적자다. 항공엔진은 상반기 353억원 영업손실을 냈는데, 매출액과 판매단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을 생각하면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는 그러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비용으로 반영했기 때문에 회계상 적자가 나왔을 뿐이지, 사실은 자산항목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증권가와 회사측의 판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세계 3대 엔진 제작사 중 한 곳인 미국 프랫&휘트니(P&W)의 엔진 국제공동개발사업(RSP)에 참여했다. 2016년 9월에는 P&W 싱가포르 항공엔진부품 생산법인 지분 30%를 인수하고 회사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032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P&W GTF RSP 엔진빌드 초기 투자비용 493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를 비용으로 인식해 적자가 난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항공엔진 부문에서는 상반기 140억원 영업이익이, 회사 전체적으로는 영업이익이 1223억원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측 설명이다.
실제 2분기 사업부별 매출액 증가율(전년 동기대비)은 항공엔진 36.3%, 방위산업 34.1%, 시큐리티 18.2% 등으로 집계됐다. 항공엔진의 고부가가치 제품비중 증가와 K-9자주포 수출증가, 테크윈 미국판매 호조 등 전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장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M&A를 통한 사업영역 확장과 장기수주 호재도 이어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6월 미국 코네티컷에 위치한 항공엔진 부품 전문업체인 ‘이닥(EDAC)’ 지분 100% 인수 계약도 체결했다. 인수금액은 3억달러 수준이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P&W, GE 등 엔진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수주 확대 및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넘치는 실적 모멘텀, 영업이익 3배 이상 증가할 듯...
앞선 1월에는 P&W에서 40년에 걸쳐 약 17억 달러(약 2조500원) 규모의 최첨단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권을 획득하는 등 최근 5년간 GE, P&W, 롤스로이스 등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조사에게서 받은 수주 금액만 21조원이 넘는다.
증권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개선이 중장기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투자가 대부분 올 하반기 마무리되는 반면, 수출 등 판매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장기 수주상황은 무척 좋기 때문이다.
항공엔진 부문의 회계 실적에 부담이 된 P&W GTF엔진의 RSP 비용은 내년부터 감소하고 연말부터 EDAC(미국 항공엔진 부품업체) 인수 효과가 더해진다. 여기에 인도 수출, 항공엔진 부품 수요증가, 테크윈 미국향 중국규제 반사이익 등 모멘텀이 넘친다는 지적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년대비 24% 증가한 5조544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317% 늘어난 2220억원, 순이익은 930억원으로 각각 전망했다.
방산 빅3, 好실적에 반등 '축포'
방산주 ‘빅3’인 한국항공우주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이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던 악재들을 해소하면서 하반기 상승궤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50원(2.93%) 오른 3만6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 실적 발표 이후 이틀 연속 최근 1년 내 신고가를 새로 썼다.
LIG넥스원도 이날 6.50% 올랐다. 한국항공우주는 59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조정(-1.96%)을 받았다. 지난 5월 22일 이후 상승폭은 21.71%에 달했다.
기대 이상의 호실적이 방산주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년 동기 대비 469.7% 증가한 788억원의 2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3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진부품의 수출 확대와 K-9 자주포의 인도 수출 등으로 매출과 이익이 증가했다”며
“사업구조 개편 및 시너지 효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면서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한국항공우주는 방산 비리와 ‘마린온’ 헬기 추락 등 악재들이 해소되면서 실적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리온 납품 정상화와 소송 관련 충당금 320억원 환입 효과 등으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며 “2019년 영업이익률이 당초 기대치인 6%대보다 높은 7%대 이상에서 안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방산주는 미·중 무역갈등 같은 대외 변수 영향도 적게 받는 편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방위산업 내에서도 국내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LIG넥스원은 대외 변수에서 자유롭다”며 “하반기 대형 프로젝트 수주 계약이 예상돼 연말 수주 잔액이 사상 최대 수준을 경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고조되는 미·중 무역갈등의 반사이익까지 누리고 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세계 1위의 중국 폐쇄회로TV(CCTV) 업체가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한화테크윈의 CCTV 수출이 늘고 있다”며 “한·일 갈등이 지속되면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는 정밀기계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