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만난 이상혁(가운데) 옐로모바일 대표는 "벤처기업들이 상부상조해 함께 오래가는 사업 모델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옐로모바일 가족사 대표와 운영진이 모인 모습. (왼쪽부터) 이병국 캐빈스토리 대표, 김현영 CCO, 임진석 굿닥 대표, 이상혁 대표, 유제왕 여행사업부 대표, 이상훈 CFO, 최성우 쿠차·쿠폰모아 대표. /안지영 기자
알짜 벤처 20곳이 뭉쳤다... 이 상혁 옐로모바일 대표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소식으로 IT업계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1년 반 사이 20여개 벤처기업을 인수한 회사가 있어 화제다. 2012년 8월 설립된 옐로모바일 이야기다. 옐로모바일은 업계 1~2위의 유망한 알짜 벤처들을 인수합병하면서 성장해왔다. 주로 지분 교환 방식을 이용한다. 인수한 기업에 옐로모바일 주식 일부를 넘겨주는 식이다.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받고 있는 곳이라면 현금을 주고 엑시트(투자자금 회수)를 시킨다. 운영 원칙은 ‘따로 또 같이’다.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경영권은 기존 대표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옐로모바일은 소속사 대표처럼 인수 회사간 시너지를 내는 경영 전략을 세우거나 목표 관리를 해준다.
이 상혁(41) 옐로모바일 대표는 “이용자 정보를 공유하고 크로스마케팅을 하면서 인수한 기업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도록 한다”며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M&A를 이용하는 ‘머니 게임’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옐로모바일이 인수한 회사로는 펜션 예약 서비스 1~3위인 우리펜션, 캐빈스토리, 펜션짱과 모바일 쿠폰정보 서비스에서 맏형 격인 쿠차, 쿠폰모아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 수가 20여곳을 넘어서며 전체 직원도 400여명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매출액은 230억원, 영업이익은 70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벤처 20여곳 매출이 합쳐지니 재무적인 측면에서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전문 인력과 트래픽을 공유하며 상부상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가까운 병원을 찾아주는 앱 ‘굿닥’은 옐로모바일에 합류하기 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사업 초기 전국 병원의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느라 적극적으로 이용자를 끌어오는 데는 힘이 달리는 상황이었다.
이때 ‘쿠폰모아’가 나섰다. 뷰티(미용) 카테고리에 굿닥에 등록된 레이저 제모 병원을 소개했다. 그러자 ‘쿠폰 모아’ 이용자들이 자연스레 ‘굿닥’에도 유입됐고 트래픽이 크게 늘었다. 이 덕에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호텔·펜션 예약 서비스 ‘호펜모아’도 ‘쿠폰차트’에 소개되면서 매출이 90% 가까이 뛰었다.
트래픽 공유라는 장점과 더불어 웹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 전문 인력을 함께 쓴다는 것도 강점이다. 웹 에이전시 ‘이모션’에 소속된 전문 인력이 앱 서비스에 보수가 필요한 계열사를 위해 나선다. ‘우리 펜션’은 ‘이모션’ 도움을 받고 복잡한 예약 시스템을 간소화하면서 예약률이 50%나 올랐다.
이 대표가 이 같은 사업 모델을 떠올리게 된 연유는 12년 동안 개인 사업을 일구면서다. 신용카드 포인트를 통합 관리하는 ‘마이원카드’를 창업한 그는 벤처기업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몸소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판로 개척부터 마케팅, 인력 관리까지 홀로 해결하려니 비용은 비용대로 들면서 효과는 미미했다”며 “벤처기업들이 한 데 모여 다방면에서 시너지를 낼만한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벤처기업 대표들을 일일이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어떻게 회사를 넘겨주느냐’며 난색을 보이거나 ‘이 사업 모델이 과연 될까?’하고 의아해하는 눈초리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작은 벤처들이 모여 큰 힘을 내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를 거듭 설명했다.
2012년 벤처기업 7곳을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옐로모바일의 실험적인 사업 모델이 성과를 내자 시장 평가도 달라졌다. 지난달 16일 옐로모바일은 세 번째로 투자 유치를 이뤄냈다. 규모는 약 320억원이며 기업 가치는 3000억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1년 전 평가보다 15배나 성장한 것이다.
이 대표는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이용자들의 24시간 생활을 관통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알람, 길찾기, 각종 예약 서비스, 쇼핑, 검색 등 생활 밀접형 서비스를 옐로모바일에서 한번에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몸집 커진 옐로모바일... 골드뱅크냐 소프트뱅크냐...
최근 벤처업계에서 '옐로모바일(Yellomobile)'이 거침없는 인수·합병을 단행하면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2012년 8월 설립된 옐로모바일은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목표하에 최근까지 40여개의 기업·서비스를 인수하거나 투자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모바일 커머스 사업인 쿠차·쿠폰모아를 시작으로 알람앱 '알람몬', 병원 안내 앱 '굿닥'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여행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자회사 '옐로트래블'을 만들고 국내 4위 여행사 여행박사까지 인수했다. 모바일 광고회사 카울리를 비롯해 퍼플프렌즈·이모션글로벌 등도 옐로모바일에 합류했다.
옐로모바일이 지난달 말 공시 사이트에 증권신고서를 등록하자 당일 조회 수 1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여러 기업을 인수했다는 사실은 발표됐지만, 구체적인 실적과 부채 규모를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옐로모바일은 지난해 매출 90억원이던 것이 올 상반기에는 271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모바일 광고다. 올 상반기 카울리·이모션·위드블로그 등 모바일 광고 사업이 전체 매출의 64%인 185억원을 벌어들였다. 업계에서는 옐로모바일의 성장세를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빨리 몸집을 불려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증시 상장을 앞둔 전략적 행동이거나 현금 회수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옐로모바일도 업계의 우려를 인식한 듯 증권신고서 곳곳에 각종 위험 요소를 스스로 적시해 놓았다. 가장 큰 이익을 내는 모바일 광고 시장의 정체 가능성, 인수·합병 과정에서 끌어들인 차입금 규모의 확대, 전환사채 발행으로 인한 부채 총계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옐로모바일 이 상혁 대표는 스타트업의 생존력 강화를 위해 일종의 '스타트업 연합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작은 스타트업은 각자의 힘으로 서비스를 지속해가기 어렵다"며 "뜻이 맞는 기업들끼리 손을 잡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옐로모바일이 1990년대 말 혜성같이 등장했다가 사라진 골드뱅크의 전철을 밟게 될지, 일본 소프트뱅크처럼 승승장구할지는 미지수다.
골드뱅크는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모델로 화제를 모았지만 수익 창출에 실패하고 무리한 사업 확장의 여파로 문을 닫았다. 반면 재일교포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포털, 통신, 상거래, 게임, 벤처 투자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옐로모바일, 2년간 35개 기업쇼핑... 벤처기업 우군인가 사냥꾼인가...
- ‘제2의 골드뱅크인가, 한국판 IAC인가’
설립 2년 만에 국내 벤처기업 35개를 인수한 옐로모바일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다음 (96,400원▲ 4,000 4.33%)커뮤니케이션 로컬비즈니스본부장 출신인 이상혁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모바일 소셜커머스 ‘쿠차’, 여행 서비스 ‘여행박사’, 모바일 광고회사 ‘카울리’ 등을 잇달아 인수,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옐로모바일은 직접 사업을 하지 않고 기업인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로, 여러 기업을 인수하지만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9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매출 271억원을 달성했다. 내친김에 올해 매출 750억원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으며, 연말까지 인수기업 수를 40개까지 늘려 몸집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내년도 국내 증시 상장 계획도 갖고 있다.
옐로모바일은 미국 IAC(인터액티브코프)와 비교된다. 사업전략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IAC의 경우 검색, 온라인 상거래, 온라인 데이팅 등 세계 40개국 50개 이상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동영상 공유 서비스 ‘비메오’, 데이팅 플랫폼 ‘틴더’, 검색엔진 ‘애스크닷컴’ 등이 IAC가 사들인 기업이다. IAC의 지난해 매출은 30억달러(약 3조2000억원)으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랐다.
그렇다면 옐로모바일은 무슨 돈으로 이토록 많은 기업을 살 수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업 인수를 지분교환 방식으로 하면 현금이 많지 않아도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 또 현금이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과 투자회사의 도움도 받는다. 옐로모바일은 DSC인베스트먼트, IBK기업은행 등 8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총 78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해외투자도 유치하고 있다.
기존 벤처캐피탈 회사가 개별 기업에 자본을 투자하는 데 그치는 반면, 옐로모바일은 인수한 기업을 모아 ‘벤처연합군’ 형태를 취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옐로모바일에 대한 국내 벤처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벤처생태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의견부터 정체가 모호한 기업 사냥꾼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도 M&A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기업을 사고파는 것 자체가 나쁜 인식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달리 M&A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국내 벤처업계에 옐로모바일이 뛰어들면서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에는 인수 이후 인력과 기술, 운영, 광고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일례로 가까운 병원을 찾아주는 서비스 ‘굿닥’은 기업 간 서로 광고를 해주는 크로스 마케팅을 통해 매출이 1000만원에서 인수 후 1억원까지 올렸다. 하지만 옐로모바일이 회사의 덩치만 키운 후 상장을 통한 자금회수를 노릴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올 6월 말 기준 옐로모바일의 부채는 668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40%에 달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초 무리하게 사업 확장에 나서다가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퇴출당한 골드뱅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광고를 보면 돈을 주는 사업모델을 선보인 골드뱅크는 설립 1년 반만에 코스닥에 상장까지 했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기업을 인수하고 가파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골드뱅크와 닮아있다”며 “아직은 알짜 벤처기업만 인수하고 있어, 성공 여부는 내년 상장 이후를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 옐로모바일은 2012년 설립 후 지금까지 35개 벤처기업을 인수했다. /옐로모바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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