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력 투입하나... 시진핑 '홍콩 폭력 종식' 최후통첩...
해외 순방서 이례적 홍콩 사태 언급... 열흘 새 두 차례...
中매체 "시진핑 발언은 홍콩 시위대·외세에 대한 최후 경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해외 순방 중 이례적으로 홍콩 시위의 폭력 종식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중국 정부가 무력 개입 등 한층 강도높은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해외 방문 중 국내 사안을 언급하는 건 극히 드문 데다 시진핑 주석이 열흘 새 두차례나 홍콩의 조속한 질서 회복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15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14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BRICS)의 한 부대 행사에 참석해 홍콩의 폭력과 혼란의 종식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중국 매체들은 시 주석의 이 발언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홍콩 폭력 범죄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지지한 것이라고 전해 중국 무장 경찰 등 중국군의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시진핑 주석이 그동안 수많은 해외 순방 중 자국 내 현안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발언은 사실상 중국 지도부의 홍콩에 대한 다급한 상황 인식과 더불어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 주석은 홍콩의 폭력 시위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마지노선에 도전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홍콩 질서 회복의 주체로 홍콩 정부와 경찰, 사법 기관을 차례로 거명하면서 지지 입장을 보내기는 했지만 '질서 회복'에 방점을 찍어 연말까지 시위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할 것이라는 강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4일 상하이에서 캐리 람 홍콩 특구 행정장관을 만나 "법에 따라 폭력 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홍콩의 광범위한 민중의 복지를 수호하는 것이니 절대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처럼 중국 최고 지도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 불과 열흘 새 두차례나 언급했다는 것은 홍콩 문제가 중국 지도부의 최대 우선 현안이 됐으며 중국군 투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조속한 마무리를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 정부는 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끝나고 시 주석이 캐리 람 장관을 만난 뒤 시위 진압에 초강경 모드로 돌입해 경찰의 실탄 사격도 주저하지 않으며 시위자 검거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홍콩 폭력 시위가 좀처럼 사그라질 기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홍콩 바로 앞인 선전(深천<土+川>)에 대기 중인 중국 무장 경찰 부대의 투입도 임박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홍콩에서는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 '긴급법'을 확대 적용해 야간 통행 금지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 계엄령을 발동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면서 중국군 투입의 징조가 보이고 있다.
홍콩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발언은 홍콩 정부에게 5개월 넘게 지속된 소요 사태를 종식 시키라는 명백한 요구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둥-홍콩-마카오 권역 청년협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홍콩의 일국양제가 흔들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하지만 시 주석의 발언은 최후 경고와 다름없어 일부 반정부주의자나 분리주의자들이 자제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시진핑 주석이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린 브라질에서 홍콩 관련 발언은 한 것은 미국과 영국 등 서구 국가에게 홍콩은 내정이니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날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가 중국 주도로 미국을 성토하는 장이었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이날 홍콩 발언 또한 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홍콩 문제 전문가인 리샤오빙 난카이대 법대 교수는 "시 주석이 브릭스 회의에서 홍콩 문제를 발언한 것은 국제사회에 이해를 얻음과 동시에 홍콩 사태 격화를 조장하는 외세에 경고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르포] 홍콩 금융가 센트럴 "홍콩에 자유를" 함성 가득...
수천 명 직장인 모여 '점심 시위'... "홍콩과 함께 싸우자" 구호 외쳐...
길바닥과 벽 곳곳에는 '살인 경찰'·'나치 중국' 등 낙서...
일부 시민은 시위대에 반감 표출... 친중 시민과 시위대 충돌하기도...
14일 홍콩의 금융 중심가이자 세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인 홍콩 도심 센트럴에는 낮 12시를 넘어서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루이뷔통, 조르지오아르마니 등 명품 매장들로 둘러싸인 랜드마크빌딩 앞 사거리를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오후 1시를 넘어서자 수천 명에 달했다.
시민들이 시위 현장에 경찰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도블록을 뜯어내 도로 위에 흩뜨려 놓는 모습도 보였다. 이윽고 수천 명의 시민은 오른손을 번쩍 들고 손가락을 쫙 펴 보이면서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五大訴求 缺一不可)",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Fight for freedom, stand with Hong Kong),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 등의 구호였다.
쫙 펴 보인 다섯 손가락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을 말한다. '런치 위드 유(함께 점심 먹어요) 시위'로 불리는 이 대낮 도심 시위는 지난 11일부터 시작했다.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 씨가 시위 현장에서 추락했다가 지난 8일 숨지고, 지난 11일에는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21살 학생이 쓰러진 것에 격분해 자발적으로 벌어진 시위였다.
센트럴에 있는 금융기관에 다닌다는 한 30대 남성은 "처자식이 있는 몸이기 때문에 시위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못하지만, 최소한 점심시간에 여기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사용하는 폭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경찰이 다음에 무슨 일을 저지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센트럴 시위 현장 곳곳에서는 갈수록 시위 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경찰에 대한 깊은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랜드마크빌딩 사거리 길바닥에는 '홍콩 경찰은 살인자(HK POLICE MURDER)', '홍콩 경찰은 강간범(HK POLICE RAPE)' 등 홍콩 경찰을 비난하는 낙서로 가득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우 씨는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을 조사할 독립된 위원회를 반드시 구성해야 한다"며 "캐리 람이 말하는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IPCC를 통해 경찰 진압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우 씨는 "IPCC가 경찰 진압 과정을 조사한다는 것은 경찰이 경찰의 잘못을 조사한다는 얘기로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홍콩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 방침으로 일관하고 있는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증오도 가득했다.
센트럴 곳곳의 건물 벽과 기둥 등에는 '홍콩을 자유롭게 하라. 차이나치를 멈춰라(FREE HK! STOP CHINAZI' 등의 낙서로 가득했다. 차이나치(CHINAZI)는 중국(CHINA)과 나치(NAZI)를 합친 말이다. 중국 공산당이 독일 나치와 같은 공포정치를 펴고 있다는 뜻으로, 최근 홍콩 곳곳의 시위 현장에서는 이 낙서를 볼 수 있다.
점심 시위에 참여했던 직장인들이 하나둘씩 회사로 돌아가던 때인 오후 2시 30분 무렵 랜드마크빌딩 사거리 한쪽에서 갑작스러운 소란이 일어났다. 수십 명의 사람이 한 시민에게 우르르 몰려가 욕설과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시위에 반감을 가진 한 50대 남성이 시위대와 심한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얼굴 등을 두들겨 맞은 이 남성은 얼굴에서 피를 흘리면서 바로 옆 다싱(大新)은행 지점으로 피신했고, 응급 구조요원이 들어가 치료하려고 했으나 이를 거부했다. 곧바로 경찰 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면서 출동했고, 폭동 진압 경찰 수십 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이들은 다친 남성이 들어간 다싱은행의 셔터를 내리고, 주변을 삼엄하게 지켰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도로 위에 시위대가 흩뜨려 놓은 보도블록을 치우면서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시민들은 도로 위를 떠났으나, 인도 위에서 경찰을 향해 "더러운 경찰", "경찰을 즉각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처럼 시위대의 경찰을 향한 증오심이 점점 높아가는 가운데 홍콩의 일부 시민들은 시위대의 경찰에 대항하는 폭력적인 행위나 '도심 교통 마비' 전략에 따른 거친 행동에도 달갑지 않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홍콩에 거주하고 있다는 한 30대 외국인 여성은 도로 위에 흩어진 보도블록을 가리키면서 "이는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용납되는 일이 아니다"며 "시위대와 경찰의 폭력 모두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센트럴 시위에서는 현장을 취재하던 여기자가 다쳐 응급 구조요원의 치료를 받기도 했다.
시위가 끝난 후 홍콩 경찰은 도로 위에 나뒹구는 보도블럭을 치우며 주변 인도에 모여 있는 시민들에게 빨리 직장이나 집으로 돌아갈 것을 요청했다. 이날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타이쿠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지하철역 내 폐쇄회로(CC)TV 등을 파손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위안랑 지역에서는 100여 명의 친중파 시민이 시위대의 폭력을 비난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송환법 반대'를 외치며 평화적인 행진으로 시작된 홍콩 시위가 6개월째로 접어들었지만 점점 긴장감이 높아지는 '강대강' 대치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면서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듯했다.
[개장후]오락가락 미중 무역협상... "차라리 이 종목 사라"
"대외 변수 따라 시장 크게 달라져... 변수에 덜 민감한 종목 골라야"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대한 교착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뉴욕 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당분간 국내 증시도 미중 무역협상 관련 소식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당분간 외부 요인에 덜 민감한 경기방어주 투자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전날보다 2.59포인트(0.08%) 오른 3096.63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63포인트(0.01%) 내린 2만7781.96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3.08포인트(0.04%) 하락한 8479.02에 마감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장기화할 수 있다는 걱정이 시장을 짓누른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1단계 무역합의문에 앞으로 중국이 구매할 미국산 농산물 규모를 명시하자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추가 관세 일부 존치 등 합의이행 강제장치와 기술이전 규제 강화 등과 관련한 미국 요구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국은 관세 철회의 규모를 두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중국은 현재의 추가 관세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다음달 부과 예정인 1560억달러(약180조원) 물량에 대한 관세 15%만 보류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양국이 이르면 이달 중 1단계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다행인 점은 양국 모두 무역협상에 대한 의지가 충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최근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대선 레이스 이전에 미중 무역분쟁을 마무리지어야 할 필요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도 경제적인 이유로 무역협상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안 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로 내수가 얼마나 개선되는지에 따라 향후 미중 무역협상 진행 속도가 좌우될 수 있다"며 "대규모 재정적자와 부채비율 상승 등을 감안하면 부양책 강도와 효과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협상은 봉합 단계로 나아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때는 대외 변수에 덜 민감한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김 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주에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거래제한 조치와 관련해 거래제한 유예 시한이 연장된다면 시장은 안도감을 나타낼 수 있지만 반대 결과가 나오면 추가 하락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대외 변수에 따라 시장 흐름이 달라질 수 있어 종목 선택에도 이런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익 모멘텀(성장동력)이 양호하고 외부 요인에 덜 민감한 종목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훈 SK증권 연구원도 "단기간의 빠른 반등, 호재보다 악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환경임을 고려하면 그간 소외받았던 방어주가 부각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