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10월' 이후 주식 대차잔고 최대... 공매도 다시 기승...
- 대차잔고 55조원 규모... 작년 10월 이후 최대치
- 녹록지 않은 증시환경에 日 수출규제 이슈까지
- 신라젠·에이치엘비 등 공매도 잔고비중 높아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대차잔고가 55조원 규모를 넘어서면서 지난해 ‘검은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됐던 지난 5월 이후 공매도 비율도 부쩍 높아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증시 전반에 비관론이 짙게 깔렸다.
◇ 대차잔고, 작년 10월 이후 최대규모... 공매도 비율도↑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주식 대차잔고는 55조 932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대 폭락장’을 맞았던 지난 10월(56조 5358억원) 이후 최대규모다. 실제 주식 대차잔고 규모는 최근 달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월별로 보면 △4월 52조 6410억원 △5월 54조 8344억원 △6월 55조 5440억원으로 매달 증가하고 있다.
대차잔고란 기관투자자 등에게 일정한 수수료나 담보물을 지급하고 주식을 빌린 뒤 상환하지 않고 남은 금액을 뜻한다. 이 때문에 통상 대차잔고가 늘어났다는 것은 향후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공매도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부쩍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종목의 거래대금 기준 공매도 비율은 지난 9일 10.23%를 기록했다. 연초에만 해도 6%에서 8%대 내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규모 자체가 늘어난 셈이다. 공매도 비율은 미·중 무역분쟁이 재차 고조된 5월 크게 상승한 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공매도는 미래에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투자 기법을 이른다. 공매도가 증가한 건 그만큼 하락장에 베팅해 수익을 내려는 사람이 늘어났단 얘기다. 실제 공매도 규모가 증가한 5월 한 달 동안만 코스피 지수는 7.34% 떨어졌다.
최 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는 유상증자나 메자닌 발행과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이상 급격한 증가가 어렵다”며 “지난 5월 공매도가 레벨업 된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 녹록지 않은 시장환경 때문... 공매도 잔고비중 높은 종목 주의...
이렇듯 증시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건 녹록지 않은 대내·외 환경 때문이다.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여전히 부진한 모습인 데다 미·중 무역분쟁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4일부터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돌입하면서 또 다른 불확실성이 가중된 까닭이다. 여기에 바이오주 등 특정 업종에서는 잇달아 악재가 불거지면서 업종 투자심리 자체가 얼어붙었다.
종목별 공매도를 보면 이같은 악재 반영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 5일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비중 상위 종목으로는
△삼성전기(009150)(14.88%) △두산인프라코어(042670)(10.01%) △셀트리온(068270)(9.23%) △호텔신라(008770)(6.35%) △후성(093370)(6.02%) 등의 순이었다. 또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비중 상위 종목은 △신라젠(215600)(15.87%) △에이치엘비(028300)(9.91%) △메지온(140410)(7.67%) △대한광통신(010170)(6.91%) △에코프로(086520)(6.44%) 순이었다.
최근 악재가 연이어 터지는 바이오주의 경우 공매도 잔고비중의 추세적 증가가 눈에 띈다. 신라젠의 경우 연초 11% 가량이었던 공매도 잔고비중이 추세적으로 늘어나 현재 수준에 달하고 있고, 에이치엘비 역시 연초 7%대에 머물던 공매도 비중이 6월 말 14%까지 오르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 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6월 고용지표가 예상 외의 호조를 보임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됐고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과 국내 기업 실적 부진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우려까지 대두됐다”며 “대내·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한 상황으로 단기 대응이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관망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짚었다.
‘부실기업 상장 책임’ 거래소 일방통행... 내부에서도 시끌...
‘인보사 사태’ NH·한국투자증권 상장주선 제재 불똥기업 검증 책임범위 논란
업계 “금융당국 및 거래소, 증권사 방패막이로 내세워 자본시장 활력 위축” 비판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 책임을 둘러싸고 한국거래소의 이중적인 행태를 질타하는 증권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을 주관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제재에 금융투자회사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정작 상장 최종 결정권을 쥔 거래소가 증권사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혁신기업 상장을 독려하며 책임에서는 한걸음 물러선 금융당국의 태도도 문제로 지목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보사 사태를 계기로 기업 상장에서 검증의 책임범위를 놓고 업계 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내년 11월까지 해외 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상장과 성장성 특례 상장 주선인 자격을 제한했다. 지난달 26일 개정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른 조치다. 이 규정에 따르면 증권사가 상장한 외국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2년 이내에 관리 종목 지정이나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 상장폐지 사유 발생이 없어야 한다.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11월 상장돼 2년이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인보사 사태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이 규정을 적용받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모두 관련 기업공개(IPO)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들이 두 증권사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으로 여러 가지 부담을 떠안게 됐다.
문제는 이 규정이 지난달 말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소급 적용’ 논란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난 달 마련된 규정으로 상장된 지 1년도 한참 지난 회사의 문제를 판단·적용했다는 것은 이해관계를 떠나 법적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원론적으로만 보면 상장주관사에 책임을 물을 순 있지만 코오롱티슈진 같은 사례는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발견하지 못한 사안을 증권사가 짚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상장 진행 시 증권사도 기술검증의 과정을 거치지만 검증보다는 기업 가치평가가 증권사에게 주어진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는 누구보다도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지원 거래소 이사장도 업계의 여론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지원 이사장은 지난 9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증권사에 대한 제재가 과도하다는 업계 반응과 관련해 “해당 증권사 주장을 전혀 수긍하지 않는 건 아니다. 향후 필요하다면 금융투자업계나 당국과 협의해 제도개선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상장주선인 자격 제한은 필요한 제재라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기술특례는 기술평가기관에서 평가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성장성은 주관사 자율성을 존중하는 대신 책임을 강화한 것”이라며
“따라서 투자자 보호와 주관사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격제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에 해당 기업이 기술특례를 신청하면 평가를 받아 하는 것이고 기술특례 대신 성장성특례를 하면 이런 제한을 둔 것이라 과도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이런 (코오롱티슈진 같은) 기업이나 사례가 거의 없다. 최근 2~3년을 보면 230여개 신규 상장사 중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티슈진 포함 2개 정도다. ‘제도 취지 자체가 이렇다’라고 이해해 달라”고 언급했다. 업계는 이러한 거래소의 입장이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에 공감을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상장의 최종 결정권을 쥔 우월적인 위치의 거래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주관사에만 책임을 떠넘긴 것이 실제 증권사의 도덕적 해이 개선과 투자자 신뢰도 제고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심사기능이 있는 거래소가 증권사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면서 자본시장 활력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IR 업체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혁신기업 상장 문턱을 낮추겠다고 강조하면서 모든 책임은 주관사가 지고 가라는 태도”라며 “기업공개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증권사들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기도 어려워졌는데 책임만 커진다면, 정작 정부가 밀고 있는 성장성이 큰 혁신기업의 주관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시장에 실리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증권가 전체적으로는 상장 주관 기업의 회계 문제를 잡아내야 하는 책임이 추가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특례상장제도의 요건을 한차례 더 크게 낮췄다. 상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불거질 수 있는 시장 건전성 우려는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으로 처리하겠다는 논리다.
증권사는 그동안 기업공개 추진기업이 제공한 자료와 재무제표를 확인하는 수준으로 주관업무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주관사가 기업이 중요사항을 허위기재하거나 누락한 부분이 있는지도 직접 확인해야 한다. 중요사항을 놓치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은 업계의 불만은 물론, 거래소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재무제표 검증에 대해 주관사가 책임을 지게끔 하는 것은 해당 업무 방식을 잘 모르는 의사결정자의 판단이란 생각이 들어 아쉽다”며 “법무법인이 쓴 회계감사보고서를 신뢰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심사하는 건데 법무법인이 책임을 안지면 회계감사보고서가 무슨 의미가 있나”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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