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삼바 상폐까진 안 갈듯"... 삼성물산 합병 이슈로 옮겨붙나...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2015년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삼바 상장폐지 실질심사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적정성에 대한 추가 감리 등이 향후 쟁점으로 등장했다. 삼바가 이번 증선위 판정에 대해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변수로 거론된다.
증선위가 회계처리 위반 사유로 검찰 고발 조치함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15일부터 삼바 주식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바이오에피스 공동 주주인 바이오젠이 실제 콜옵션을 행사해 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가 실존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점 △기업 지속 및 성장성에 문제가 없는 점 △투자자 보호 측면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삼바가 기업가치를 뻥튀기하기 위해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결론이 나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의 적정성 이슈도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삼바는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과거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삼바의 가치를 부풀려 결국 제일모직 주주인 이 부회장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산출하도록 삼성이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이에 따라 금감원의 삼성물산 감리 또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 용범 증선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제표에서 약 4조5000억원으로 측정된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가 덜어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연결로 지배하는 모회사 삼성물산 재무제표도 다소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그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서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을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삼성물산 정밀감리에 착수했으나 현재는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날 결정된 증선위 결정은 금융위원회의 최종 승인만 남았다. 금융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오는 21일로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증선위의 결정을 그대로 확정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행정소송을 통해 무혐의를 입증하겠다고 했다.
◇ 투자업계 "삼바 상폐까지는 안갈 것" 중론
일단 최대 관심사는 주식시장 시가총액 6위인 삼바가 상장폐지될지 여부다. 증선위 조치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15일부터 삼바의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간다. 심사결과는 영업일 기준으로 15일 이내에 발표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심사기간이 15일 가량 더 연장될 수 있다.
만약 한국거래소가 상장유지 결정을 내린다면 삼바 주권에 대한 매매거래제한조치는 곧바로 해제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오면 변호사나 교수 등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기업심사위원회로 공이 넘어간다.
기심위는 한국거래소가 심의를 넘긴 날짜로부터 영업일 20일 이내에 개최돼야 하며 개선기간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만큼 최장 1년까지 삼바의 주식 매매거래를 정지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 기심위 참여 경력이 있는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경우이고, 삼바는 바이오젠이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하며 2015년 당시 반영했던 것 이상의 자회사 가치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성장 가능성 또한 두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상장폐지될 수가 없다"고 했다.
강 송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과거 사례를 보면 실제 상폐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거래소 전 임원도 "향후 투자자들간의 소송, 특히 투자자-국가소송(ISD)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현재는 멀쩡한 회사를 상장폐지시키는 무리수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상폐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증선위 결론에 따라 삼바는 2012년 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 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를 덜어내고 콜옵션 부채(1조8000억원)를 반영할 경우 삼바는 2016년 11월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라 상장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분야의 한 전문 변호사는 "법적으로만 보면 가능성을 0%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만약 2018년 3월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일 경우 기심위는 추가 유상증자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
◇ 법정으로 옮겨간 삼바 논란...삼성그룹 승계 문제로 불 옮겨붙나
삼바 분식회계 논란은 금융당국 손을 떠나 법정으로 무대를 옮기게 됐다. 증선위는 지난 7월 삼바가 바이오젠과 맺은 콜옵션 계약이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이 사실을 공시에서 누락해 의도적으로 감춰왔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이날도 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 고발 조치를 내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에 해당 사건이 배정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고발건도 특수2부가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2부는 참여연대가 삼바 김태한 대표, 삼정·안진회계법인 및 대표 등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맡아 수사하고 있다.
삼바 측은 지난 7월 증선위 조치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고의적 콜옵션 공시 누락 사실을 부정하며 이에 따른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및 검찰 고발 등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삼바는 증선위의 최종 분식회계 결론에 대해서도 추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정 공방에 주력할 계획이다.
검찰 손에 넘어간 삼바 분식회계 사건이 삼성그룹 승계 문제로까지 번질지 주목된다. 이번 증선위 결론으로 삼바의 분식회계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사후에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도 지지부진했던 삼성물산 감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당시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삼바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했고, 이를 위해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기준)에서 관계회사로(지분법) 변경했다는 것이 그간 제기돼 온 의혹이었다.
모회사인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높이고, 대주주인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삼성물산 주주보다 유리한 합병 비율을 적용받았다는 것이다.
앞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부는 1심에서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지만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대한 증선위 결론은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증선위 결과가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엘리엇은 지난 7월12일 지난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위법하게 개입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중재 통보와 청구 서면을 제출했다. 엘리엇 측은 해당 이슈로 최소 7억7000만달러(한화 87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측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해 엘리엇이 손해를 봤다는 내용이라 삼바 감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모호한 회계규정…기업에 책임전가"
바이오업계 반응... 외국사와 합작땐 옵션 다양...
그동안 회계 문제없었는데...
◆ 증선위, 삼바 분식회계 결론 ◆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는 회계기준 변경이 부정하다고 결론 난 데 대해 행정소송 제기 등으로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삼바는 14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2015년 회계처리에 대해 고의로 위반했다는 결과를 통보받은 뒤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혐의를 반박했다.
삼바 측은 "그동안 회계처리는 회계법인의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진행해왔는데 이제 와서 이런 결과가 나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끝까지 적법성을 가리겠다"고 말했다. 삼바는 지난달에도 1차 감리 결과 중 콜옵션 조항을 고지하지 않아 공시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이번 관계회사 변경에 따른 불법 회계처리를 놓고 삼바 측이 추가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사태는 대법원까지 가면서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삼바 측은 2012년 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과 콜옵션을 맺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종속회사(연결기준)가 아닌 관계회사(지분법)로 처리해야 한다는 금융감독원 측 논리에 대해 더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가 높아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돼 더 이상 회계상 종속회사로 유지할 수 없었다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결과로 지분법에 따른 회계기준 변경이 불가피했는데도 정부 해석이 임의적이 된다면 다른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삼바 측 인사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 업체와 합작사를 세우면서 다양한 옵션조항을 넣는데 그동안 금감원 지적 없이 우리와 유사하게 회계처리한 기업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면서 "2012년 설립 시 왜 그런 회계처리를 선택했는지 좀 더 깊이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로 삼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까지 악영향을 받아 상장도 물 건너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최근 유럽에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늘면서 기업공개(IPO)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모회사 사정을 감안하면 당분간 상장 얘기는 꺼내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힘든 국면에 처할 전망이다. 유럽 국가들은 공공입찰을 통해 의약품 공급을 진행하는데 모회사 신뢰에 문제가 생기면 수주나 판매에 타격을 입게 된다. 바이오업계는 장기화된 사태가 일단 정부 차원에서 마무리된 데 대해 환영하면서도 업계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체 인사는 "모호한 관련 조항과 그 해석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전적으로 전가하게 되면 기업 연구개발 및 투자를 위축시키고 증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신약 제조업체 측은 "삼바 사태는 바이오 업체들이 그동안 주가 조작 혐의로 불신을 키운 것의 연장선"이라면서 "자칫 건전한 바이오업체들도 투자자 이탈이 발생해 국내 바이오 생태계의 성장동력이 줄어들지 모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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