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에 3%성장 어렵다"... 한은, 기준금리 1.50% 동결...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 경제가 ‘3%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고용 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용 상황이 부진한 데다, 설비ㆍ건설투자의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어서다. 무역전쟁과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 불확실성도 커졌다.
한국은행은 12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현재의 1.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1.25%에서 0.25%포인트 인상된 이래 8개월 연속 동결됐다. 금통위의 이날 동결 결정은 최근의 성장세로는 연 3% 성장 목표 달성을 확신하기 힘들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금통위 직후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보면 “앞으로 국내경제의 성장 흐름은 지난 4월 전망경로(3.0%)를 소폭 하회하겠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3% 성장을 견인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올들어 증가세가 둔화하면서다.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던 수출도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에는 1∼10일 수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고용 부진도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12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6개월 연속 10만명 안팎의 미약한 증가세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한은은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한은의 금리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미ㆍ중 무역전쟁이 확전 양상을 나타내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다른 선진국에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면 그동안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의 성장동력이 꺾일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의 대중 수입이 10% 감소하면, 우리의 대중 수출은 282억6000만달러(약 31조5000억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미ㆍ중 무역전쟁은 시장의 불확실성도 키우고 있다. 뉴욕증시가 흔들리며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데다가,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외국인 자금 유출을 촉발할 수 있어 우려를 가중시킨다.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존 예상대로 올해 2차례 더 금리인상을 하면 현재 0.50%포인트 수준인 한ㆍ미 정책금리 차이가 연말이면 최대 1.00%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내외금리차가 더 커지면 외국인 자본 유출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이 기존 예상보다 많아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등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도 한은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상반기에만 25조원 늘어나며, 증가폭이 지난해보다 2조원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 규제 등 각종 규제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 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수정경제전망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문일답]"무역분쟁 탓 교역여건 악화... 3% 성장 어렵다"
- 12일 한국은행 수정경제전망
정 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12일 오후 서울 세종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예상 집행 등 상방 요인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교역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성장률을 2.9%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와 이환석 조사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고용전망을 보니 26만명에서 18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민간소비는 변함없다. 고용이 감소하면 소비에도 영향 미칠 것 같은데, 임금상승률이 충분히 그것을 상쇄할 수 있다고 보나.
△고용증가규모가 감소한 것은 당연히 소비에 영향 미친다. 하지만 지금 임금상승률을 보면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서 가계소비 늘어나서 플러스 요인 줄 것이다. 그래서 하반기 소비전망을 지난 4월 전망치를 유지할 정도는 된다고 봤다.
- 설비투자를 보면 올 상반기가 1.8%로 전망돼 있다. 지난 4월 전망이 5.0%였는데 크게 하향조정됐다. 1월과 4월, 7월 전망치 편차가 큰데 이유는.
△설비투자는 1월 전망했을 때 4월 전망 때는 1분기 설비투자가 높았다. 계획보다 투자가 앞당겨짐. 1분기 설비투자가 좋았다. 반영해서 4월 전망을 높였는데 일부 아이티 족에서 파악한 투자계획이 지연된 것이 상당 규모 있었다. 그것을 반영해서 지금 설비투자 상반기 숫자가 1.8%로 낮아진 것이다. 내년의 경우에는 기존에 내던 투자계획이 있었고, 지연된 것이 내년으로 가기 때문에 내년 설비투자 전망에 영향을 줬다.
- 근원물가가 연간으로 1.6에서 1.4%로 떨어졌다. 한은 예상 물가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인지 궁금하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저희 편할 때로 물가를 보는 게 아니라 소비자물가 기준이다. 그런데 근원물가 보는 것은 추세적인 흐름 보기 위한 것. 최근 높지 않은 수준 유지했는데 이유를 보면 공공서비스와 같이 경기 외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상당 폭 있다. 이것이 물가 낮춘 요인으로 작용. 기조적인 물가흐름 보기 위해서는 근원 보는데 왜곡시킨 게 있어서. 제외하고 보면 2분기에 0.3~0.4%포인트 높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그것을 보면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고 보면 된다. 그런 추세가 앞으로 갈 것으로 본다. 또 물가 높아지는 것은 유가 환율이 올라서, 4분기 내년 초로 갈수록 물가상승률 높이는 요인이다.
- 최저임금이 물가와 고용에 미친 영향 달라진 게 있나. 내년 최저임금은 어떻게 전제했나.
△지난번이나 지지난번과 다르지 않다. 좀 더 지켜봐야 하고 현재 저희가 이렇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내년 최저임금 전망은 특정한 수준을 염두에 두고 하지 않았고 예년 평균 정도 올라가는 것으로 했다.
- 건설투자 증가율이 연간 -0.2%에서 -0.5%로 하향 조정됐다. 최근 부동산 보유세 개편 영향 반영된 것인가.
△ 세제 관련된 것은 주택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거냐와 연결되는 것인데, 개편안 나온 것을 봤을 때는 크게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봤다.
- 규제가격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제외하면 물가 트렌드 상승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규제가격 이유로 물가 트렌드를 상승 하락으로 이야기하는 것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정부가 공공서비스 운영하는 것이 달라진 것인지 궁금하다.
△ 올해 특히 강조했다기보다는 물가상승세가 생각보다, 작년 경기보다 미진하다고 보는 것 같아서 그것을 설명하려는 일환이다. 지금 영향력이 커진 것도 있어서 인용하는 것이다. 과거 물가상승세가 낮아질 때는 그것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거론할 필요 없었는데, 현재 물가 추세와 규제가격 흐름과 반대로 가기 때문에 설명 드리기 위해서 한 것이다.
- 원유 도입단가가 4월 62달러였는데 71달러로 높아졌다. 그런데도 물가 1.6%를 유지하게 된 배경이 뭔가.
△원유도입단가가 상향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전망치 유지한 것은 근원 인플레이션을 하향조정한 것과 원유 영향이 상쇄된 게 있다. 또 하반기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보면 소폭 상향조정했다. 상반기가 낮아서 최종적으로 연간 숫자는 동일한 수준 유지한 측면이 있다.
- 경상수지도 4월 전망 당시 705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줄였는데, 통상압박 변수가 들어갔나.
△ 상반기 중 유가 상승했다. 그만큼 수입금액 늘어난다. 무역분쟁의 경우 현재 발표된 여러 조치들이 있는데. 현재까지 발표된 조치들은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 미쳐서 그것 감안했다. 유가나 무역분쟁 영향 골고루 반영돼 있다.
- 여행수지 적자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 많았는데, 서비스수지 적자 예상 폭 커진 이유는.
△ 사드 긴장 완화되면서 처음에는 중국인 관광객 늘 것으로 기대했는데 많이 안 늘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관광객들 많이 들어오면서 적자 폭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거라고 볼 수 있다.
- 규제가격 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규제가격 정확한 정의가 있는 건지. 공식 활용될 여지가 있는 건가. 어떤 기준으로 규제가격을 만들었나.
△ 용어 자체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령 EU는 통계 편제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공식통계는 아니고 전망이라든지 파악하는 데 보조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S&P "무역전쟁 美·中 아닌 한국 등 수출의존국에 더 큰 타격"
- 국제금융센터 S&P 초청 세미나... "북미회담으로 한반도정세 근본적 변화 어려워"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최근 재점화한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으로 당사국이 아닌 한국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킴엥 탄 S&P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신용등급 담당 상무는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제금융센터 주최로 열린 '트럼프-김정은-시진핑 정책 역학관계와 한국 및 중국 신용시장 영향' 세미나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파급력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탄 상무는 "순수출이 중국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작고 미국도 관세를 부과한 중국산 제품을 다른 국가에서 대체 수입할 수 있어 물가에 영향이 없다"며 "무역전쟁으로 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은 중국으로 부품을 수출하는 국가로, 수출 둔화 시 큰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비교한 결과 순수출이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중이 한국은 수년째 20∼40% 수준이었지만, 중국의 경우 미미했다.
이외에도 무역전쟁이 발생하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퍼지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주요 수출품인 휴대전화, 컴퓨터 메모리 모듈, SSD 저장장치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기도 하다. 추후 무역전쟁 확전으로 해당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탄 상무는 설명했다.
안보 부문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이 한국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도 근본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탄 상무는 한반도의 신용 위험이 현저히 개선되기 위한 방법을 꼽으며 "북한이 도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이 감소하거나 북한과 한국의 경제 및 사회적 격차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축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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