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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검증·제공, 주식투자실전

행동경제학 - 발원지는 미국이지만 한국에서 시밀러 복제중...

 

 20년 수익률 838%’ 노벨경제학상 세일러 교수의 투자기법


 노벨상 세일러 교수, 20년 수익률 ‘838%’...“역발상에 투자하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투자의 대가이기도 하다.

 

 세일러 교수가 이끄는 펀드가 시장 수익률을 능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의 투자 기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승자의 저주>와 <넛지>라는 저서로 국내에도 친숙한 세일러는 인간 행동이 종종 합리적이지 않고 편향을 보인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주류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의 원인을 경제와 심리를 접목한 ‘행동경제학’으로 풀어냈다.

 

 자산운용사 설립해 펀드 운영
 심리 접목한 행동경제학 입증
 소형주펀드 10년 수익률 상위 1%

 

 세일러 교수는 2013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함께 대표적인 행동경제학자로 꼽히며 행동금융의 창시자로도 불린다. 그는 경제학자로는 드물게 자산운용사를 운영하고 있다. 워싱턴주립대 재무학과 학장을 역임한 47년 투자 경력의 러셀 풀러 박사와 의기투합해 1999년 ‘풀러앤세일러’라는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올해 2월말 기준 운용자산은 85억7천만달러다. 이 회사의 이사회에는 역시 행동경제학자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심리적 특성을 접목한 투자 기법을 활용한 세일러 교수의 ‘투자 성적표'는 어느 수준일까? 29일 글로벌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 자료를 보면,

 

 풀러앤세일러자산운용의 대표펀드 격인 ‘언디스커버드 매니저스 비헤이비어럴 밸류 펀드'(UBVLX)는 1998년말 설정 이후 현재까지 838.44%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소형 가치주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는 이 펀드의 최근 3년 누적 수익률은 40.08%로, 비교대상(벤치마크)인 미국 소형주 가치펀드 평균 수익률(33%)과 에스앤피(S&P)500 지수 상승률(36.07%)를 앞질렀다.

 

 10년 성과 기준으로 펀드 순위 상위 1% 안에 들어갔고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았다. 정승혜 모닝스타코리아 이사는 “상위 25%에만 들어가도 좋은 펀드로 평가받는데 1%는 대단한 경지”라며 “행동 재무학적 관점에서 투자 종목을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펀드인 ‘풀러앤세일러 비헤이비어럴 스몰캡 에쿼티 펀드’(FTHSX)는 2011년 9월 출시 이후 192.52%의 수익률을 냈다. 자산의 80% 이상을 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5년 성과가 상위 2%에 올랐으며 역시 별 5개를 받았다. 3년 누적 수익률은 49.45%로 비교 대상인 미국 소형주펀드(33.0%)를 크게 앞질렀다.

 

 최근 대형주 중심의 장세에도 1년 수익률이 28.20%로 에스앤피500(18.61%)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정승혜 이사는 “같은 유형 중 수익뿐만 아니라 위험도까지 감안한 성과가 가장 우수한 펀드 중 하나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항상 합리적이진 않다’
 시장과 반대 포지션 전략 펼쳐

 “개미들 개별종목 투자는 실수
 주식 매입가 집착말고 손절매
 목표 낮추고 시장흐름 따라야”

 

 ‘세일러 펀드’의 성과가 탁월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투자자의 오류에 주목한 ‘역발상 투자’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한다. 인간의 비이성적 측면에 주목하는 행동경제학은 시장이 항상 합리적이지는 않다고 본다. 시장에서 종종 거품이나 바겐세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다수의 투자심리와 거꾸로 가는 역발상 투자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역발상 투자로 유명한 펀드매니저 데이비드 드레먼은 투자자들의 과잉반응을 이용해 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는 소외주와 위기에 처한 종목을 주워담아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세일러 펀드의 전략도 유사하다. ‘깜짝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투자자들이 밋밋한 반응을 보이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추가로 주식을 사들인다.

 

 반면 내부자의 주식 매수나 자사주 매입 공시 등 호재에 시장이 열광할 경우 그 회사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다. 조홍규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은 “긍정적 뉴스에 시장이 소극적으로 반응하거나 부정적 정보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우 시장과 반대의 포지션을 취하는 전략을 구사해 우월한 성과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세일러의 행동경제학 맞은 편에는 역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유진 파마 시카고대 교수의 ‘효율적 시장 가설’이 위치한다. 이 이론은 시장 참여자가 합리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사용가능한 모든 정보는 시장에 즉각적으로 유입돼 가격에 충분히 반영된다. 따라서 주식 투자자는 정보를 이용한 거래로 시장평균을 초과하는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된다.

 

 파마 교수가 시장의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의 유용성을 주장하는 배경이다. 그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묻는 질문에 주식형 인덱스 펀드를 주로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반면 과감한 종목 선정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액티브 펀드에 대해 파마는 펀드매니저의 능력을 들먹이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세일러 교수는 개인투자자에게도 자신처럼 행동경제학에 기반한 투자를 권유할까? 노벨경제학상 수상 직후 외신 인터뷰와 지난해 강연 등을 종합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먼저 개인투자자에게 스스로를 과신하지 말라고 했다. 투자자들의 최대 실수는 실제 능력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연히 발생한 투자 성과가 연속되면 이를 실력으로 착각해 공격적 투자와 잦은 거래에 나서는 오류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또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실수하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심지어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라고 해도 그 회사 주식을 사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일러는 개인적으로는 개별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의 생각은 다르다. 투자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그는 자신이 속해 있거나 업무와 관련된 특정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나 소비자로서 안목을 갖추면 투자 성과를 올릴 수 있다며 일반투자자에게 용기를 심어줬다. 

 

 세일러는 손절매(손실 확대를 막는 매도)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했다. 개인은 대개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을 확정짓는 주식 매도를 꺼리기 마련이다. 세일러는 이를 두고 주식을 산 가격에 집착해 함정에 빠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시 산 가격에 지금 다시 살 생각이 없다면, 그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절매에 대해서는 투자 대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은 주식시장에서 차익을 얻는 것보다 손실을 줄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성장주 투자의 대가 윌리엄 오닐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절매를 철저히 단행해 손실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일러의 결론은 과욕을 버리고 시장의 흐름에 따르라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을 활용한 전문적인 투자는 개인이 따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