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리] 국세청 조사4국은 정말 ‘저승사자’일까
“기업활동 위축” 폐지론 솔솔… 살생부 들여다보니...
국세청 내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기업들을 상대로 유례없는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50여 곳의 기업을 손봤는데 이는 지난해 수준을 웃도는 규모다. 박근혜 정부 들어 사정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세수확보용 세무조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베일에 가려진 조사4국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박근혜 정부 들어 갈수록 세무조사 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쥐어짜기식 세수확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사진=CNB포토뱅크)
불시에 무차별 압수, 조사기간 2배
다음카카오 조사 포털길들이기 논란
정권 바뀔 때마다 ‘보복성’ 의혹
“기업 쥐어짜 세수 확보” 지적도
서울청 조사4국은 이른바 ‘국세청 내 중수부’로 불리는 곳이다.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와 달리 특별한 탈세 혐의점을 포착해 조사를 벌인다는 점에서 기업들에겐 저승사자로 통한다. 장부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일시보관(일명 ‘예치조사’) 방식을 활용하는 데다 수사기간도 일반적 조사에 비해 2배 가까이 길다.
이 같은 고강도 세무조사는 박근혜 정부 들어 뚜렷해져서, ‘탈세 적발’이 아닌 ‘세수확보용 쥐어짜기식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조사4국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눈에 띄게 성과를 올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 종학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이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조사4국의 1건당 평균 부과세액은 145억6938만원. 조사건수는 98건에 이른다. 이는 전년보다 2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인천공항공사, KT&G, CJ E&M, 동아제약, 동원산업, 사조산업, 동서, 한화생명, 효성, 대상, 롯데쇼핑, 포스코 등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 실적을 보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급격히 조사 규모가 커졌다. (출처=국세청)
지난해는 97개 기업을 조사했으며, 총 1조4369억원을 부과했다. 세월호의 배후로 지목된 청해진해운을 비롯, LG화학과 LG하우시스, SM엔터테인먼트, 농심,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등 주로 대기업들이 곤욕을 치렀다.
올해는 교차조사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통상 세무조사는 해당 기업이 위치한 지역의 관할 지방청이 실시하지만, 교차조사는 관할청이 아닌 다른 지방청이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다. 향토기업과 국세청 사이의 유착관계를 배제하기 위해서다.
올 상반기까지 총 31건의 교차조사가 진행됐는데 이는 지난 한해 동안 실시된 교차조사 건수(26건) 보다 많다. 31건 중 16건이 서울지방국세청에 할당됐고, 이 중 절반인 8건이 조사4국에 배당됐다. 최근 정권차원의 ‘포털 길들이기용’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다음카카오 세무조사의 경우도 관할지인 부산청이 아닌, 서울청 조사4국이 교차조사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집밥 백선생’으로 불리는 백종원 씨의 한식 기업 더본코리아, 신세계 이마트, 두산인프라코어, 교보증권,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하림그룹 등이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았거나 진행 중이다.
▲김연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비롯한 국세청 관계자들이 지난 9월 11일 열린 서울·중부지방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세청 내 중수부’ 둔 진짜 목적은?
조사4국이 기업들에게 저승사자로 통하는 이유는 ‘한번 걸리면 빠져나올 수 없는’ 시스템 때문이다. 조사 1, 2, 3국의 경우 기업들에게 세무조사 일정을 예고하고, 기업에 찾아가 조사하지만 조사4국은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기업의 세무관련 정보를 통째로 가져가 정밀분석 하기 때문에 빠져나올 틈이 없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회계장부, 컴퓨터 등을 압수해가는 ‘장부 일시보관’(예치조사)은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2014년 조사4국의 일시보관은 101건으로 법인·개인·부가가치세·양도소득세에 대한 전체 세무조사 건수인 121건의 83.5%에 달한다. 국세청 전체의 일시보관 비율이 2014년 10%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대부분의 세무조사는 장부 일시보관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홍 종학 의원은 “2012년 국정감사 때부터 국세청의 일시보관 행태에 대해 지적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근거없이 자의적인 판단 하에 장부 일시보관을 한다. 조사4국의 일시보관 비율이 많은 것은 그만큼 고강도 세무조사를 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전했다.
조사기간도 국세청 전체 평균 조사기간인 36.2일의 2배가 넘는 79일(2014년 기준)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80일 이상의 세무조사는 29건에 이르며, 50일 이상에서 80일 미만은 63건에 달했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회계장부 등을 압수해가는 ‘장부 일시보관’(예치조사)은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적용되지만, 조사4국은 대부분 일시보관을 통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국세청)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번 국정감사 때마다 조사4국이 벌이는 세무조사에 배경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복성 세무조사가 이뤄진 경우도 더러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원했던 태광실업을 심층 세무조사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수혜 기업으로 지목된 CJ와 롯데, 효성, 포스코, KT&G 등이 조사4국의 표적이라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홍 종학 의원은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중수부를 폐지한 것처럼 국세청도 중립적·객관적 세무조사를 위해 조사4국을 폐지해야 된다”고 밝혔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정보지(찌라시) 등을 통해 조사4국의 다음 표적이 어디라는 말이 돌기만 해도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된다”며 “전방위적으로 기업을 쥐어짜는 식의 세무조사가 당장 세수확보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크게 보면 우리경제 전체에 끼치는 손실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최근 홍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를 통해 “세무조사 기간은 국세기본법 제81조의8의 규정에 따라 조사대상 세목·규모·업종·난이도 등을 고려해 기간이 최소한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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