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간염 공포 확산... 3040 "부부끼리도 다른 그릇 써"
올 한해 4개월 동안 신고 3671명... 이미 지난해 전체 환자수 넘어서...
항체형성률 낮은 30~40대 위험↑ " 회사에 한 명이라도 걸렸다면.."
"남편이랑도 같은 그릇에 음식 안 먹고 있어요."
이모(30)씨는 최근 확산되는 A형 간염에 그 어느 때보다 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1월 딸을 출산한 후 육아휴직 중인 이씨는 집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 더욱 조심하는 중이다.
"언론 보도를 보니 내 또래나 남편 또래인 수도권 30~40대가 많이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남편도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다 또래 동료들과 밥을 먹을텐데요. 제가 걸리면 아기한테도 위험할테니까, 더 조심해야죠. 조만간 시간 내서 예방접종을 맞고 올까 해요."
A형 간염 유행에 3040 세대가 긴장하고 있다. 2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A형 간염 신고 건수는 3671명이다. 인구 10만명당 A형 간염 환자 수(발생률)도 올해 6.94명으로 지난해 4.70명 대비 2.24명 늘었다.
A형 간염 연도별 신고 건수는 2016년 4679명, 2017년 4419명에서 지난해 2436명까지 줄었는데 올해는 약 4개월 만에 지난 한 해 발생한 환자보다 1235명이나 초과한 상태다. 특히 환자 10명 중 7명이 왕성한 사회생활을 하는 30~40대로 나타나면서 확산에 더욱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점심시간 찾은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가 풍경은 직장인 사이에 퍼진 A형 간염 공포를 반영하는 듯 했다. 감자탕 등이 주 메뉴인 식당이었음에도 김치찌개 등 개별 그릇으로 먹는 메뉴를 시켜 각자 먹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정모(29)씨는 "음식을 나눠먹는 것부터 조심해야 한다고 들어서 오늘은 점심시간에 설렁탕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며 "오늘같이 쌀쌀한 날엔 원래 따뜻하고 얼큰한 생선탕을 먹었다"고 했다. 이어 "회사에 30~40대 직원이 대부분인데 잠복기가 길다고 하니 한 명이 걸렸다면 모르고 있다가 큰일 나는 것 아니겠나"라고 우려했다.
A형 간염은 심한 피로감, 식욕부진, 메스꺼움, 복통 등 증상이 나타나고 황달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전격성 간염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A형 간염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15~50일, 평균 28일이 지나 증상이 발생할 정도로 잠복기도 길다.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라면 피로감과 배탈, 소화불량 등은 언제든지 겪는 일이다. 감염 이후 증상이 나타나도 A형 간염을 의심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유모(30)씨는 "자꾸 피곤하고 최근 배탈도 잦은데 A형 간염이 유행이라고 하니 검사를 받아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근 후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초밥을 먹기로 했는데 그마저도 불안해 메뉴를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시청역 인근에서 일한다는 조모(30)씨는 오후에 병원을 찾기로 했다. 지난 주말부터 어지러움증을 동반한 배탈이 계속된 탓이다. 조씨는 "몸도 으슬으슬 춥고 계속 어지럽다"며 "그냥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어서 이런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병원이라도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30~40대 감염률이 높은 이유는 위생상태가 개선된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에게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형 간염은 감염된 환자 분변에 오염된 손으로 다른 사람과 접촉했을 때,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했을 때, 감염된 환자 혈액을 수혈받거나 노출됐을 시 전파된다. 예방을 위해선 끓인 물 마시기, 음식 익혀먹기, 위생적인 조리과정 준수, 올바른 손씻기 등 예방수칙 준수가 중요하다.
12~23개월의 소아나 A형 간염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만성 간질환자, 외식업종사자, 의료인, 최근 2주 이내에 A형 간염 환자와 접촉한 사람 등 고위험군 소아청소년이나 성인은 A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질병관리본부는 권고했다.
2012년 이후 출생자는 보건소와 전국 지정 의료기관에서 주소지와 관계 없이 무료로 접종할 수 있으며 이전 출생자는 민간 의료기관에서 유료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올해 A형간염 환자는 20~40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A형간염은 위생환경이 취약한 지역에서 발병위험이 높은데 현 20~40대는 비교적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 A형간염 항체를 획득하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A형간염' 30·40대 집중... 지금이라도 예방접종 받아야할까?
항체 없는 성인 백신 접종 필요, 한 번 맞으면 평생 면역 획득 동남아시아등 여행 계획 중이라면 출국 전 백신 접종해야
흔히 봄에 유행한다고 알려진 A형간염이 올해는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신고된 A형 간염 환자 수는 3597명으로 이미 지난해 감염자 수인 2436명을 넘어섰다. 특히 A형간염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양새.
질병관리본부는 “경기 지역이 1060명으로 가장 많으며 전체 감염자의 29%를 차지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형간염은 물이나 식품 등을 통해 발병하고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 발생 즉시 방역대책을 수립해야하는 제 1군 감염병이다. A형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A형간염에 걸린 사람의 분변이 체외로 배출돼 오염된 물, 손, 식품 등을 통해 타인에게 전파된다.
처음에는 발열과 오한 등 감기몸살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잠복기가 2주에서 50일로 길며 어린 아이들은 거의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황달, 피로, 검은색 소변, 식욕부진, 구역질, 복통, 발열 등 증상이 보다 심하게 나타난다. 또 1% 이내에서는 간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심한 간부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A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이 만연한 지역은 위생이나 보건상태가 나쁜 곳이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지역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A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돼 쉽게 항체를 획득하면서 A형간염 환자가 적다. 반면 위생 및 보건이 좋은 곳에서는 어릴 때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아 성인이 돼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A형간염환자가 20~40대 젊은 성인층에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 통계결과 올해 환자 10명 중 7명(72.6%)이 30~40대로 확인됐다.
A형간염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예방접종과 개인위생 관리를 통해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국가에서는 2015년 5월부터 A형간염 예방접종을 국가예방접종으로 포함, 출생 12~23개월의 모든 소아를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지원하면서 영유아 감염위험은 거의 사라졌다. A형간염 백신은 1회 접종으로 95% 항체 생성률을 보이며 6개월 간격으로 한 번 더 접종하면 100%의 항체 생성률을 보인다고 알려졌다.
성인의 경우 40세 미만에서는 항체검사 없이 백신을 접종하고 40세 이상에서는 항체검사를 실시해 항체가 없는 경우에 백신접종을 권고한다. 특히 동남아시아 등 음식이나 식수로 인한 감염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미리 예방접종 받는 것이 좋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간담췌내과 이상헌 교수는 “A형간염은 오염된 손을 통해 쉽게 전파되기 때문에 손씻기로 개인위생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며 “만일 항체가 없다면 백신 예방접종으로 평생 면역을 획득할 수 있어 예방접종을 꼭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5월에는 휴일이 많아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지에서 날음식이나 씻지 않은 과일 등의 섭취를 피하고 항체가 없다면 출국 전 백신을 맞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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