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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증권이야기

여덟번째 영화, 한탕을 원하면 나를 따라해 봐라..!!

 

 

 '월가 늑대의 향락기'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부자가 되는 게 꿈인 22살의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꿈을 실현코자 뉴욕 월스트리트에 발을 들인다. "고객의 돈을 내 주머니로" 끌어들이는 비법은 코카인과 마스터베이션에 있다고 말하는 괴짜들이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사기치는 곳. 조던에게 월스트리트의 첫인상은 그랬다.

 

 첫 직장에 몸담은 지 1년 만에 블랙먼데이(1987년 10월19일, 월스트리트에서 주가가 대폭락한 날)를 경험하고 실직자가 된 조던은 그러나 현란한 언변을 무기로 금세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버린다. 어릴 적 친구들을 불러모아 스트래튼 오크몬트사를 세운 그는 수수료가 비싼 페니 스톡(투기적 저가주)을 팔아 돈을 긁어모은다.

 

 주가 조작으로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가 된 뒤엔 술과 마약, 여자를 탐하는 날들을 반복한다. 그사이 FBI는 '월가의 늑대'의 구린 뒤를 캐기 시작한다.

 

 <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 는 1990년대 월스트리트에서 떼돈을 번 주식중개인 조던 벨포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조던 벨포트의 인생에서 그가 향락에 빠져 지냈던 한 시기에 집중한다.

 

 '월가 늑대의 향락기'라는 부제를 붙여도 좋을 만큼 영화는 마약과 여자와 돈에 중독된 조던 벨포트의 기행을 열심히 쫓는다. 으레 '마틴 스코시즈니까'라는 생각으로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희대의 사기극이나 화이트칼라 범죄물을 기대했다가는 세게 뒤통수 얻어맞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 는 거장의 '19금 저질 코미디'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한편 대사도 많고 상영시간도 긴 이 영화가 지루하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들의 공도 크다. 스코시즈와 다섯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롯해 조나 힐, 매튜 매커너헤이 등 배우들의 앙상블이 이 영화를 완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2014)

 주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나 힐, 매튜 맥커너히

 

 2014년 가장 유쾌한 한탕 제대로 사기치고 화끈하게 즐겨라!

 세상을 발칵 뒤집은 희대의 사기극! 최고들이 만들어낸 거짓말 같은 실화!

화려한 언변, 수려한 외모, 명석한 두뇌를 지닌 조단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주가 조작으로 월스트리트 최고의 억만장자가 된다.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을 손에 쥔 그는 술과 파티, 여자에게 아낌 없이 쏟아 붓고, 급기야 FBI의 표적이 되는데...

 

 인생은 한 방! 제대로 사기치고 화끈하게 즐겨라!

  

 

 

 한탕을 원하면 나를 따라해 봐!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자, 너도 해봐! 이건 월스트리트로 들어오는 입장권이지. 코카인과 창녀 말이야."


 조던 벨포트의 자서전 <월가의 늑대>에는 이런 이야기가 불쑥 나온다. 1987년 5월, 20대 풋내기 증권 브로커 조던은 로스차일드에 첫 출근을 한다. 성공한 상사 마크는 점심에 그를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간 후, 남들의 이목 따위는 무시한 채 코카인을 양쪽 콧구멍으로 번갈아가며 들이마신다.

 

 그러면서 월스트리트에 살아남기 위한 비법을 전수하니, 이것이 바로 '코카인과 창녀'란다. 말 그대로, 아연실색할 일이다. 젊은 엘리트 증권 브로커들의 성공 원동력이 이런 것이라니! 참으로 무절제한 탐욕과 방종의 시대였다.

 

 무일푼으로 억만장자가 된 조던 벨포트의 생애를 영화화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도 성공의 비결이 소개된다.

 

 주식은 아무도 예측을 할 수 없으니,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신줄을 잡기 위해서는 코카인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책이나 영화 중 어떤 것을 고르던 큰 차이는 없으니, 핵심만 소화하면 된다. 그들이 하는 일이 미친 짓이므로, 제대로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다는 논리다.

 마크는 "우리 중 누구도 어떤 주식이 정말로 가치 있는 건지 모르지. 우리 모두 다트 판에 다트를 던지듯이 요행 속에서 남을 속여 돈을 버는 것뿐!"이라고 슬쩍 진실을 말한다. 사실 이것은 단순히 증권가를 움직이는 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의 작동원리이자 세상물정의 사회학이다.

 <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증권 브로커들이 수화기를 집어 들고 미친 듯이 다이얼을 돌리고, 고함과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사람들을 속이는 세계를 전쟁터로 묘사한다. 하지만 이 사기꾼의 세계에서 왕좌에 오른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신의 스크래튼 오크몬트 사를 쾌락의 아방궁으로 둔갑시킨다.

 

 조던과 친구들이 성공을 자축하기 위해 흥청망청 즐기는 장면은 일부러 멍청한 짓을 하는 너드들의 <잭애스>시리즈를 보는 느낌이다.  이렇게 꽐라가 되는 것은 다분히 위험하지만, 조던의 처세술을 배우고 싶다면 페니 주식(가격이 낮고 위험이 높아 규제가 매우 느슨한 주식)을 팔기 위해 전화하는 장면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놀라운 입심으로 부드럽고 매끄럽게 고객을 유혹한 후 단숨에 낚아 올린다. 나름의 전문성을 내세워 고객에게 특별히 고급 정보를 주는 것처럼 포장하는 방식이 동원된다. '전문성'이란 단어처럼 무지한 자들을 굴복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좀 엉뚱하지만, 책 <머피의 법칙 지혜의 패러독스>를 보면 "어떤 사람이 전문가인지 알고 싶다면,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물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패러독스의 책에는 전문가들을 위한 답변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만약 전망이나 미래에 대한 예측을 물어 보면, "당분간 현재의 추세가 계속 된다"고 답하라고 적혀 있다.

 

 정말 유쾌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예측이 불가능한 세상에서 이보다 더 멋진 답변은 없다. 결국 모든 사기의 기본은 능수능란한 말장난이다. 때로는 그것이 전문성의 다른 이름이다. 일찍이 디카프리오는 조던과 비슷한 역할을 한 적이 있다. 맞다!

 

 

 

 <캐치 미 이프 유 캔>(2000)에서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로 등장했다. 프랭크는 1964년부터 1967년까지 팬암 사의 조종사를 사칭해서, 200백 만 마일을 공짜로 비행했다. 열아홉 살을 맞이하기 전에, 위조 수표를 4백만 달러나 사용한 최연소 사기꾼이었다. 하지만 그도 이 방법을 비즈니스맨 아버지(크리스토퍼 웰켄)에게 전수받았다.

 아버지는 "왜 양키스만 이기는 줄 아니? 양키스 유니폼에 기가 죽어서 그렇다"고 말하면서, 옷을 중요하게 여기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 때부터 프랭크는 주로 선망의 대상인 전문직(의사, 검사, 조종사)을 가짜 직업으로 선택하면서, 권위에 약한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든다. 어떤 유니폼을 입기만 하면 그 직업을 가질 수 있으니, 그에겐 거짓된 삶이 더 쉬울 수밖에 없다.

 프랭크가 사람들의 허점을 노린다면,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탐욕을 부풀리고 자극해서 성공한 인물도 소환할 필요가 있다. 단연 <월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2010)의 악명 높은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를 빼놓을 수 없다. '탐욕은 좋은 것'이라고 선동하는 그는 월스트리트로 복귀하기 위해, 사위 제이콥(샤이아 라보프)에게 사기를 친다.

 

 

 

 그는 뻔뻔하게 딸 위니(캐리 멀리건)의 돈을 가로챈다. 튤립마니아(투기 열풍의 상징) 액자만 사무실에 놓은 채 유유히 사라진다. 뒤늦게 텅 빈 사무실을 찾아온 희생양 제이콥은 "낚시꾼은 언제나 다른 낚시꾼을 의식한다"는 게코의 명언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돈에 대한 탐욕을 지닌 사람만큼 속이기 쉬운 사람도 없다. 과도한 투기 심리는 결국 허황된 삽질로 끝날 뿐이다.

 

 월스트리트의 신화 게코는 돈 때문에 주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다분히 승부사 기질을 엿볼 수 있는데, 그런 점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조던도 마찬가지다. "전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려라! 돈이면 문제가 해결 된다" 혹은 "절대 전화를 끊지 마라. 죽거나 사거나 뿐이다"라고 외친다.

 

 심지어 자신의 직원들을 전화 테러리스트라고 명명하며 홈런을 독촉한다. 마이크를 잡고 로큰롤 스타나 무당처럼 "쇼는 계속 된다"고 외치는 그를 보고 있으면, <오션스 일레븐>이나 <도둑들>처럼 금고를 터는 것은 참 바보짓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굳이 힘들게 은행에 잠입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직접 은행의 돈을 빼서 주식이나 펀드를 구입한 후 넉넉한 수수료를 준다.

 

 수고스럽게 금괴를 넣은 차량으로 미친 듯이 돌진할 필요도 없다. 조용히 최면을 거는 '썰'의 오르가즘만 있으면 사람들을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둔갑시킨다. 로또조차 우습다. 물론 고든 게코와 조던 벨포트에게 처세술이나 성공의 비법을 배우는 것은, 악마와의 거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기술만큼은 그들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 이런 천재 사기꾼들은 무엇보다 감동의 베팅을 할 줄 안다. 게다가 그들의 영화는 늘 흥행으로 이어지니, 심장박동보다 입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 사기꾼 캐릭터들은 언제든지 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책을 구입하고 영화의 티켓을 구입하는 순간, 화려하게 부활한다. 그렇게 사람들의 호기심과 탐욕을 먹고 산다!